시그마북스에서 선보였던 엘러리 퀸의 미스터리 시리즈 전권 수집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전권을 갖추려고 보니 어느새 절판되어 전국 헌책방을 뒤져도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Y의 비극>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같은 책은 다른 출판사에서도 나와 있으니 읽을 수나 있다고 치지만, <중간지대> <악의 기원> 같은 책은 중고책에 2만5천원에서 3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불하지 않고는 만져볼 수도 없다(정가는 5500원이다). 하여튼 그 시리즈가 ‘엘러리 퀸 컬렉션’으로 다시 출간된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와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를 필두로 국명 시리즈 9권이 차례로 먼저 선보인다. 엘러리 퀸(사촌 형제 사이인 만프레드 리와 프레더릭 다네이의 필명)은 미스터리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들을 썼다. 퀸의 초기작에서는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야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사건의 풍경을 미리 그려 보이는 ‘주요 등장인물들’, 필요하다면 언제든 등장하는 사건 현장의 구조도, 때로는 과하게 설명적인 각 장의 제목들과 독자들과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각오로 단서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적확한 서술. 특히 (이후 퍼즐 미스터리, 본격·신본격 미스터리 작가들이 모방한) ‘독자에의 도전’은,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 추론 능력이 향상된다는 (그럴듯하나 미심쩍은) 생각의 기반이 되었다. 사회파 미스터리가 갖추고 있는, 혹은 엘러리 퀸의 전성기 작품이 갖추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 사회를 보는 눈은 초기작에서 맛볼 수 없으나 미스터리라는 퍼즐 맞추기의 매끈함으로 따지면 최고 수준이다.
그리하여, “스포츠맨 정신에 입각하여,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도전장을 보낸다. 마지막 페이지를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이여, 누가 프렌치 부인을 죽였을까?”라는 질문에 이르면 미스터리 팬의 심장이 뛴다. ‘국명 시리즈’ 중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은 <그리스 관 미스터리>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 이 책들의 트릭은 숱한 미스터리 책·영화·드라마·만화에서 응용되고 발전된, 그야말로 ‘마스터피스’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