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세종)와 가리온(정기준)의 ‘두분 토론’은 예전 미실과 선덕의 토론을 능가한다. 쉬운 한글을 널리 알리느냐 어려운 한자를 엘리트들이 독점하느냐를 놓고 각을 세우던 이들은 대놓고 현실 정치 얘기를 얹는다. 자활을 중시하는 백성의 민주정치론과 질서를 중시하는 사대부의 책임정치론이 불꽃 튀는 공방을 벌인다(어찌하여 일찍이 한글을 깨치고도 우리는 공영방송의 뉴스가 아닌 민영방송의 드라마에서 주요한 정치적 의제를 접하는 시절을 살고 있을까마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역사가 말해준다. 두분 토론의 주제는 개인미디어 시대, 언론의 모습과 성격에도 닿는다. 아이 재밌어. 저마다 뉴스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스마트폰이 열어준 길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속도로 그 길을 가는 건 아니다. 꼭 그 길로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근데 왜왜왜, 너는 내 길을 방해하는 거냐. 통신사업자와 방송통신위원회 말이다. 지난해 여름 동네친구가 “지금이라도 3G폰으로 안 바꾸면 도태될 것”이라고 충고해줄 때까지만 해도 저들이 나를 이렇게 들볶을지 몰랐다. 게으르고 보수적인 나는 2G폰을 고집했다. 그런데 어느 틈에 2G폰을 쓰는 것이 일종의 ‘저항’이 됐다. 왜. 강제로 종료시키려니까. 때 되면 바꿔야지 하던 2G폰에 심지어 ‘페티시’까지 생기려 그런다. 제발 내 속도와 취향(그리고 주머니 사정)대로 쓰게 냅두세요. 쫌. 소비자 피해나 권익을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고 KT의 2G 서비스 종료를 승인해준 방통위가 법원의 효력 정지 결정으로 망신을 당한 게 살짝 위로가 되긴 한다만, 들볶이지 않는 건 아니다. 백성이 제 속도와 취향을 갖는 게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
21세기의 양반은 불로소득자들이다. 땅이나 주식 같은 자산을 놓고 자산을 먹는다. 개미들이 내는 주식거래세는 당연하고 하룻밤 새 수억원도 버는 큰손들이 내야 마땅한 주식 양도차익세는 거래를 위축시켜 안된다는 논리는 고스란히 부동산에도 이어진다. 정부는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아예 폐지하기로 했고, 강남3구의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려고 한다. 거래를 활성화해 집값, 전셋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건데, 여기서 말하는 ‘안정’이란 가진 자들의 기대 수익 보장이다. 수백년 전 사대부들이 품었던 책임은커녕 최소한의 질서의식조차 없다. 21세기 스마트폰 시대에 선군을 기대해야 하다니. 사랑해주지 않아도 되니까 부디 괴롭히거나 착취하지만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