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영화 장 르누아르>
장 르누아르 지음 │ 시공사 펴냄 누군가 말했다. 장 르누아르의 영화는 서른, 혹은 마흔이 넘어야 제대로 보인다고. 맞다. 스물은 그의 영화에 빨려 들어가기에는 내공이 부족한 나이다. 하지만 그의 자서전이 있다. 그의 영화가 경험의 누적 없이는 뚫을 수 없는 두께를 가졌다면, 그의 자서전은 장 르누아르라는 사람을 통과해 영화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첫 장부터 차례로 읽어도 좋고, 영화를 먼저 본 뒤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아도 좋고, 에필로그처럼 붙어 있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헌사부터 읽어도 좋다
<카메라 루시다>
롤랑 바르트 지음 │ 열화당 펴냄 영화의 어떤 장면에 홀려 화면을 정지시키고 싶을 때가 있다. 순간을 붙들고 싶은 마음, 하지만 결코 붙들 수 없는 순간. 그 아련한 감정의 역학을 이해하려면 영화보다 사진에서 시작하는 편이 유리할지도 모르겠다. 롤랑 바르트가 죽은 어머니의 사진에 대한 기억에 매달려 쓴 이 책은 사진의 마력, 나아가서는 영화의 마력을 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파고든 밀도 높은 에세이집이다. 가능하면 헌책방에서 찾아내서라도 동문선에서 새로 번역되어 나온 <밝은 방>보다 오래전 열화당에서 나온 판본으로 읽길 권한다.
<히치콕과의 대화>
프랑수아 트뤼포 지음 │ 한나래 펴냄 알프레드 히치콕이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라면 <히치콕과의 대화>는 그에 대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인터뷰집 중 하나다. 트뤼포는 당시 인터뷰 진행을 도왔던 동료 헬렌 스코트에게 “나의 꿈은 이 책이 언제까지나 출간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라고 썼다. 그가 꼭꼭 숨겨놓고 싶었던 이 책에서 히치콕 역시 꼭꼭 숨겨놓고 싶었을 창작의 비밀을 누설한다. 히치콕에게서는 영화를 만드는 법을, 트뤼포에게서는 영화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지음 │ 비즈앤비즈 펴냄 만화로 만화를 설명한 책이다. 영화로 영화를 설명한 책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으니 이런 우회로를 택하면 어떨까 싶다. 우회로지만 때로는 영화로의 훌륭한 지름길이 되어주는 책이다. 실제로 만화로부터 영화를 배우는 감독이 많다.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대표적인 경우다. 종종 만화에서 창작의 영감을 얻는다는 그. 어쩌면 영화감독은 만화가와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해설을 따라가다보면 앵글, 미장센, 몽타주가 만화만큼이나 영화에도 중요한 레시피임을 깨닫게 된다. 만화의 칸과 칸 사이가 읽힐 때쯤 영화의 컷과 컷 사이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대중 영화의 이해>
그래엄 터너 지음 │ 한나래 펴냄 백과사전 두께의 세계영화사나 개념어가 난무하는 이론서는 너무 부담스럽다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개론서다. 저자가 문화연구가라는 사실과 ‘영화 연구의 역사’, ‘영화, 문화, 그리고 이데올로기’ 등이 쓰인 목차만 보고 지레 겁먹지 말자. 정작 책장을 열고 들어가면 친절한 설명에 감동받을지도 모른다. 고전 영화를 잘 몰라도 문제없다. 제목 그대로 대중 영화를 중심으로 영화의 역사, 산업, 이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두루두루 들려준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따분한 이분법을 떨쳐낸 채 영화란 무엇인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집어 들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