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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구석구석 프랑스영화에 취하다

12월7일까지 영국 주요 도시에서 제19회 프랑스영화제 열려

<로맨틱 어나니머스>

제19회 프랑스영화제가 지난 11월9일 개막했다. 런던을 대표하는 예술영화 전용관 시네 루미에르에서 장 피에르 아메리 감독의 <로맨틱 어나니머스>(Les Emotifs Anonymes) 상영으로 시작된 프랑스영화제는, 오는 12월7일까지 런던을 비롯해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워릭, 맨체스터 등 영국의 주요 도시에서 한달여간 열릴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의 전체 프로그램 디렉터인 리처드 모는 “이번에 소개되는 프랑스영화의 대부분은 (여러 상업적 이유로) 영국에서 개봉되지 못한 작품들이며, 앞으로도 영국 관객이 극장에서 마주하기 힘든 것들”이라며 “이번 영화제야말로 프랑스산 명작 영화를 볼 수 있는 2011년의 마지막 기회”라며 영화제 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의 경우 영국 전역에서 펼쳐지는데다 지역마다 기간이 조금씩 달라 폐막작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런던에서는 11월27일 상영하는 <파리의 고양이> (A Cat in Paris)가 마지막 상영작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40여편의 작품이 사회와 정치를 풍자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파노라마 호라이즌과 유명 감독들의 초창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디스커버리 호라이즌, 무성영화를 소개하는 사운즈 오브 사일런스, 다큐멘터리, 애니메니션, 고전영화(클래식) 등의 섹션으로 나뉘어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11월9일, 시네 루미에르에서 영화제의 개막작인 <로맨틱 어나니머스>를 위해 극장을 찾은 장 피에르 아메리 감독을 만났다.

나의 부끄러운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어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장 피에르 아메리 감독 인터뷰

-이 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사람이다. 이 영화가 나의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자전적으로 보인다면, 아마 부끄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던 나 자신이 영화의 소재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2002년에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익명토론그룹(Emotions Anonymous)에 참여한 것이었다. 다양한 계층과 나이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흔한 핸디캡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이것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가 부끄러움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영화 속 뮤지컬 장면이 매우 인상깊다. =영화 속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은 이자벨 카레의 아이디어였다. 나는 로맨틱코미디와 뮤지컬영화를 좋아하는데, 이자벨 역시 나와 취향이 같았다. 이자벨은 사실 나보다 조금 더 뮤지컬적인 사람이었는데, 그는 자신이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지면 뮤지컬 배우처럼 노래를 부르곤 했다고 했다. 그가 좋아하는 곡들은 <사운드 오브 뮤직>에 삽입되어 있는 것들이었다. 나 역시 <사운드 오브 뮤직>의 광팬이었기 때문에 우리 영화에 <사운드 오브 뮤직> 중 <I Have Confidence>를 넣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또한 서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힘든 주인공들이라면, 오히려 대화보다는 노래로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코미디영화를 완성했는데, 느낌이 어떤가. 앞으로도 이런 장르의 영화를 더 만들 계획인가. =흠… 코미디영화를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들다. 이번 영화가 프랑스에서는 상업적으로도 꽤 좋은 성과를 얻어서 주변에서는 내게 코미디영화를 더 만들라고도 한다. 나도 더 만들어보고도 싶지만, 문제는 내게 코미디영화를 만드는 재능이 그리 많지 않고, 또한 코미디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버렸다는 데 있다. (웃음) 지금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작품은 코미디나 드라마가 아닌 멜로드라마가 될 것이다. 사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흥행을 하고 관객을 웃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에게 느낌,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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