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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상처를 안고 사는 두 남녀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물 없는 바다>
이영진 2011-12-07

동수(김동현)는 생필품을 배달하러 일주일에 두번씩 예리(유호린)의 옥탑방을 찾는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동수는 예리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을 방 안에 가둬버린 예리는 온라인 소설을 연재하며 하루를 보낸다. 예리는 인사를 나눈 적도 없는데 언제나 필요한 물건과 함께 따뜻한 편지를 건네는 동수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궁금해진다.

틱장애를 앓고 있는 동수는 걸핏하면 남들에게 욕을 퍼붓는다. 긴장하면 욕지거리가 방언처럼 터져나오는 탓에 오해를 산 적도 부지기수다. 한여름에도 입을 테이프로 봉하고, 그것도 모자로 마스크까지 해보지만 동수의 증상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예리 역시 장애를 지녔다. 대인기피장애만이 아니다.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그 남자에게 언젠가 복수하겠다며 식칼을 사 모은다. <물 없는 바다>에서 <김씨표류기>를 연상할 수도 있다. 말하지 못하는 동수와 나가지 못하는 예리, 같은 상처를 안고 사는 두 남녀는 과연 얼굴을 맞대고 호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물 없는 바다에 잊고 싶은 과거를 모두 수장할 수 있을까.

두 남녀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코믹하고 상큼하게 진행된다. 틱장애라는 설정이 과도하게 반복되지만, 연극 무대 출신인 배우 김동현은 매 장면 능청과 어수룩함을 섞은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구성의 약점을 무마한다. 차분한 인상의 유호린 역시 안정적인 톤의 목소리로 예리의 마음을 비교적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다만 동수에 비해 예리의 캐릭터는 빈약해 보인다. 예리가 등장하는 몇몇 장면의 감정은 불친절하거나 급작스럽거나 설익은 채로 제시된다. 많은 에피소드들을 한데 꿰는 데 성공했지만, 정서적 감흥을 안기는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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