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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이혼남, 이혼하다
안현진(LA 통신원) 2011-12-09

<두 남자와 1/2>(Two and a Half Men)의 애시튼 커처

애시튼 커처(오른쪽).

<빅뱅 이론> <마이크와 몰리> 등 손대는 시트콤마다 성공하는 ‘미다스의 손’ 척 로르가 제작한 시트콤 중에서 가장 많이 구설에 시달린 작품은 <두 남자와 1/2>이다. 2003년 <CBS>에서 첫 시즌 방영을 시작해, 2011년 현재는 시즌9를 방영 중인 이 시트콤은, CM송 작곡가이자 가수인 찰리 하퍼(찰리 신)의 집에 이혼한 동생 앨런(존 크라이어)이 아들 제이크와 함께 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일 밤 다른 여자(들)와 침실로 들어가는 플레이보이에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찰리의 삶과 물리치료사로 일하면서 전처 두명에게 이혼수당을 지급하고 양육 책임까지 떠맡은 앨런의 삶이 대비되고, 그 사이에서 웃음이 발생하는 구조다. 한데 시즌8이 방영 중이던 2011년 1월, 찰리 신이 약물치료를 위해 재활시설에 입소하면서 시트콤은 제작 중단이라는 대형 위기를 겪었다. 1년 사이에 세 번째 입소였고, 시즌 파이널까지 3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이었기에 <CBS>는 심각하게 대타를 물색했지만, 제작자인 척 로르는 “<한 남자와 1/2>에는 관심없다”며 일언지하에 배우 교체설을 무마하고 시즌을 중단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재활원을 나온 찰리 신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작자 척 로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시작됐다. 척 로르가 에피소드 편수를 줄여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이 부당하게 줄어들었다고 손가락질했고, 그가 유대계라는 사실 역시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그런 뒤에 뻔뻔하게도 신은 편당 출연료를 인상해주면 쇼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로르는 “찰리 하퍼 없이도 <두 남자와 1/2>을 이어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신의 복귀가 불가능함을 확실히 했고, 곧이어 애시튼 커처의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다.

소동과 난리를 겪고 가을 시즌에 돌아온 <두 남자와 1/2> 시즌9는 찰리 하퍼의 장례식으로 문을 열었다. 재능있는 작곡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러나, 조문객의 90%를 차지하는 옛 여자친구들의 조롱과 괄시, 희화화로 슬프기는커녕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다. 딱히 누구도 그를 그리워하지 않았고 눈물도 없었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방송가에서만 가능한 귀여운 복수다. 그리고 장례식 장면이 끝나자마자 찰리를 대신할 백만장자 월든 슈미츠(애시튼 커처)를 소개했다. 찰리 신의 대타가 애시튼 커처라는 것이 화제였는지, 아니면 커처의 올 누드가 등장한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는지는 몰라도, 시즌9 첫편은 2900만명이라는 시리즈 역대 최고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That 70 Show>로 TV시트콤의 감각을 이미 익혀둔 커처는 예의 밉지 않은 바보에, 전 부인만을 사랑하는 순정남이면서도, 오는 여자는 마다하지 않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 월든이 되어 자연스럽게 쇼에 녹아들었다. 찰리 신의 부재라는 타격을 받은 시트콤이 애시튼 커처의 합류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느낌이다.

한데 바람 잘 날 없는 것도 운명인지, 제법 안정기에 들어선 <두 남자와 1/2>에 새로운 추문이 추가됐다. 애시튼 커처의 이혼 소식이다. 세기의 커플은 아니었지만, 아마 ‘2005년의 커플’ 정도는 아깝지 않았을 이 할리우드 커플은, 16년의 나이차 덕분에 화제를 만들며 결혼했지만 지난해부터 불거진 애시튼 커처의 외도와 최근의 원 나이트 스탠드 설 등이 문제가 되어 파경을 맞았다. 이혼남을 연기하자 이혼이라니, 제작 중단 위기를 겪고 새 출발한 <두 남자와 1/2>에 가장 불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런 루머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새 배우를 투입한 쇼의 입장에서는 홍보 효과도 있지 않을까 삐딱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는 그들의 삶은 일견 비극이지만, 그마저도 쇼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곳 역시 쇼 비즈니스의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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