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해를 돌아보면 대작이라고 불릴 만한 게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몇몇 게임을 제외하곤 대작 게임의 기근에 시달렸다는 것이 정답. 게임 마니아들의 심심한 한해가 그렇게 저물어가나 싶었다. 하지만 <배틀필드3>의 출시를 시작으로 무차별적인 대작 게임의 귀환은 기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 4분기 게임시장을 격동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베스트 오브 베스트 2006년에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오블리비언> 이후 5년이 흐른 지금, 드디어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했다. <엘더스크롤>의 5번째 시리즈, <스카이림>(skyrim)이 그것. <오블리비언> 이후 5년이 흐른 지금 당연하게도 새롭게 무장된 그래픽 엔진과 게임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됐다. 훌륭한 게임이지만 다소 지루했다는 평을 받았던 <오블리비언>과 다르게 <스카이림>은 압도적인 그래픽과 액션 및 방대한 퀘스트와 세계를 가지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시리즈 내내 이어지던 자유도는 <스카이림>에서도 마찬가지. 스토리를 따라가며 메인 퀘스트만으로 세계를 구한 영웅이 될 수도 있으며 한 마을에서 머물며 마을의 해결사가 될 수도 있고 정처없는 방랑자가 되어 불쑥불쑥 등장하는 사건들과 인연을 만들며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다. 방대한 세계와 뛰어난 그래픽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마치 세계를 여행하듯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는 점이 놀랍다(드디어 게임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약간의 버그와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 그러나 이전 시리즈가 그렇듯, 유저들에 의한 한글화와 다양한 모드의 등장으로 <스카이림>은 분명히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장르적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다.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3>
밀리터리 FPS의 쌍두마차 대작 게임은 밀리터리 FPS게임이 시작을 끊었다. <배틀필드3>와 함께 밀리터리 FPS를 이끄는 장본인이 바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그중에서도 최신작인 <모던워페어3>는 세계 3차대전의 마무리와 함께 <모던워페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임이다.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3>의 장점은 싱글 플레이어. 게임하는 내내 마치 전세계를 누비는 대작 밀리터리 액션 첩보물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본격적으로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려 하던 지난 시리즈에 이어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3>에서는 본격적인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배틀필드3>와 다르게 의외로 그래픽적인 업그레이드는 혁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성은 여전하다. <모던워페어>가 그렇듯 영화 같은 스토리에 연출이 더해져 최고의 FPS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모던워페어> 1편의 주인공이었던 소프와 불사신 프라이스 등 시리즈를 관통하는 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리즈 내내 이들이 되어, 이들과 함께 수많은 전장을 누볐으니 이들을 보면 마치 게임 속 인물이 아닌 전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혹자는 <배틀필드>와의 우열을 논하지만 캐릭터가 가진 힘은 <모던워페어>가 압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찌 캡틴 프라이스의 시가 연기에 감동받지 않을까?
<언차티드3: 황금사막의 아틀란티스>
전편보다 퍼즐 줄이고 액션 강조 PS3의 손꼽는 대작이라 할 수 있었던 <언차티드> 시리즈의 최신작, <언차티드3: 황금사막의 아틀란티스>가 출시됐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언차티드2>는 영화와 흡사한 연출, 뛰어난 액션을 가지고 식음을 전페하게 만들 정도의 몰입력을 가진 게임이었다. 해외 게임 리뷰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최신작인 <언차티드3>는 여전히 영화와 같은 싱글 플레이에 기존 시리즈의 퍼즐을 줄이고 액션성을 강조했다. 전작의 히트로 다소 부담감을 가진 듯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한글화와 압도적인 연출의 싱글, 개선된 멀티 플레이는 PS3 유저라면 놓치기 힘든 게임이다.
<스플린터 셀 클래식 트릴로지 HD>
시리즈 3편을 HD 버전으로 잠입 액션의 원조가 <메탈기어 솔리드 스네이크>라면 잠입 액션의 장르를 확립시킨 것은 <스플린터 셀> 시리즈라 할 수 있다. 톰 클랜시 덕에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었으며 롤플레잉 장르의 암살자를 전문화, 현대화한 듯한 첩보자 잠입을 주제로 한 액션은 기존 게임과 차별된다. 덕분에 세편의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모두 호평을 얻고 인기를 끈 게임이다. <스플린터 셀 클래식 트릴로지 HD>는 기존 세편의 시리즈를 HD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패키지. <스플린터 셀> <카오스 이론> <판도라 투모로우>를 HD로 리마스터링했으며 3D 지원이 가능하다. 게임 자체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더욱 선명하고 깔끔한 화면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스플린터 셀> 마니아라면 지나칠 수 없는 게임이다.
<니드포스피드: 더 런>
스토리 보강과 아케이드성 심화 레이싱 게임은 굉장히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다. 자동차와 레이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런 쪽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게임 자체에도 흥미가 없을 것이다. <니드포스피드>도 마찬가지다. <언더그라운드> 등 몇 가지 시리즈를 제외하곤 정통적인 자동차 시뮬레이션을 지향하고 있었기에 기호가 갈렸던 게임이다. 그러나 최신작인 <니드포스피드: 더 런>은 스토리를 보강하고 아케이드성을 심화하여 부담없는 레이싱 게임으로 탄생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최고의 레이서인 ‘잭’이 상금을 위해 미국을 횡단하는 레이스에 참가한다는 스토리. 단순한 레이싱이 아닌 레이싱 자체에 연출을 가미해 눈사태가 내리는 지역을 통과하고 자동차 밖 액션도 있는 등 기존 <니드포스피드>와 차별되는 시리즈다. <배틀필드3>에서 사용된 프로스트바이트 엔진 덕분에 자동차 내외의 물리적인 손상이 리얼하게 묘사된다는 특징이 있다. 스토리 모드만 보면 <니드포스피드>의 가장 대중화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스토리 모드가 끝났다고 게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레이지>(총 3부작 중 두 번째 시리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운석이 지구에 출돌하여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상황은 영화나 소설로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레이지>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주인공의 연대기이다. 지구가 멸망한 상황이 정밀하게 묘사된 뛰어난 그래픽은 그 폐허마저 웅장하고 아름다워 다소 서사적인 느낌이다. 역동적인 인물들과 정물화를 보는 것 같은 상황 묘사들은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무기들과 각종 물품들, 비교적 높은 자유도는 게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한글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부족함이 없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