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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위기의 중산층

뉴욕과 LA에서 장기 상영 중인 저예산 독립영화 <테이크 쉘터>

언제부턴가 미국에서는 저예산 독립영화의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운좋게 개봉을 하더라도 1~2주 안에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몇몇 작품이 장기 상영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제프 니콜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테이크 쉘터>(Take Shelter)다. <테이크 쉘터>가 처음으로 공개된 건 지난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다. 관객의 입에서 입으로 <테이크 쉘터>에 관한 소문은 이어졌고, 여러 페스티벌을 거쳐 지난 9월30일 드디어 뉴욕과 LA에서 한정 개봉했다. 로튼토마토닷컴에서 <테이크 쉘터>는 무려 94%의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 커티스(마이클 섀넌)는 오하이오에서 건설현장 매니저로 일하는 평범한 남자다. 그는 사랑스러운 아내 사만사(제시카 채스테인), 청각장애자지만 심성이 밝은 딸 한나(토바 스튜어트)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는 이상적인 가장이다.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의료보험도 제공받고, 곁에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위태로워진다. 어느 날 커티스는 생생한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고, 얌전한 애완견은 미친 듯이 짖어대다가 그의 팔을 물어뜯는다. 수천 마리의 새들이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날다가 커티스를 향해 날아온다.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해 커티스는 도저히 이를 마냥 꿈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된다. 어머니가 정신분열증으로 30대부터 정신병동에서 생활을 한 탓에 커티스도 자신이 정신장애를 겪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한편 커티스는 집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마당에 있는 토네이도 지하 대피소 증축 공사를 시작한다. 종말론적인 영화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테이크 쉘터>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세계의 무의식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테이크 쉘터>는 직장은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인 삶의 터전과 의료보험까지, 아차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위기의 중산층’에 대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내년 오스카와 수많은 시상식은 <테이크 쉘터>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저예산=저화질? 그럴 순 없지

<콤플렉스> <인디 와이어> 등에서 발췌한 제프 니콜스 감독 인터뷰

-마이클 섀넌과는 데뷔작 <샷건 스토리즈>에서 작업한 바 있는데, 이 작품도 섀넌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인지. =그렇지는 않다. 결혼을 한 뒤 과연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부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싹텄고, 미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런 느낌을 담아 시나리오를 쓴 것이다. 말하자면 커티스는 당시의 나다.

-사만사 역을 맡은 제시카 채스테인은 현재 할리우드의 ‘잇 걸’이다.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는. =프로듀서인 새라 그린의 바로 전 작품이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였다. 그린이 채스테인을 추천해줬고, 맬릭과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채스테인을 무척 칭찬하더라. 맬릭이 극찬하는 배우면 만나볼 필요도 없이 ‘예스!’라고 결정했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연적인 아름다움이다. <미지와의 조우> 같은 70~80년대 할리우드영화에서 볼 수 있던 아름다운 가정주부를 연상시킨다.

-커티스의 악몽 장면에서 많은 특수효과가 사용됐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특수효과의 경우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자원봉사처럼 거의 돈을 받지 않고 열심히 일해준 전문가들 덕택이다. 대학 선배였던 데이비드 고든 그린이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저화질 영상을 보여줘서는 안된다는 말. 그래서 난 늘 2.35:1 비율로 영화를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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