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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자대학교] 학문의 벽을 허물다
이후경(영화평론가) 사진 백종헌 2011-11-22

성신여자대학교 융합문화예술대학

◆ 입시가이드: 정시전형_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은 정시 ‘가’군및 ‘나’군에서 선발한다. 문화예술경영학과와 현대실용음악학과는 가군, 미디어영상연기학과, 무용예술학과, 메이크업디자인학과는 나군에 속한다. 전형방법은 문화예술경영학과는 수능 100%를 반영하고, 현대실용음악학과, 무용예술학과, 메이크업디자인학과는 수능 30%, 실기고사 70%를 반영한다. 무용예술학과는 수능 대신 학생부 30%를 반영한다.

4호선 성신여대역이 아니라 미아역에서 내렸다.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이 자리한 미아동의 운정그린캠퍼스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조용한 주택가 사이에 들어선 캠퍼스여서인지 그만큼 깨끗하고 쾌적한 캠퍼스였다. 융합문화예술대학이 위치한 건물로 들어서니 다섯개의 사과가 그려진 그림 한점이 눈에 띄었다. 각각의 사과 위에는 아담, 스피노자, 뉴턴, 세잔, 윌리엄 텔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 사과라는 소재 하나로 종교, 철학, 과학, 예술, 문학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그림인 듯 보였다. 한폭의 그림 속에 성신여대 융합문화예술대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요약돼 있는 셈이었다.

올해 3월 문을 연 운정그린캠퍼스는 기존의 돈암동 수정캠퍼스와 향후 추진 중인 도봉동 난향캠퍼스를 잇는 중간다리다. 여기에 자연과학대학, 생활과학대학, 간호대학, 융합문화예술대학이 모여 있다. 그중 융합문화예술대학은 신설 예술대학이다. 소속 학과는 문화예술영경학과, 미디어영상연기학과, 현대실용음악학과, 무용예술학과, 메이크업디자인학과 등 총 5개다. 하지만 ‘융합’이라는 말 그대로 무용 전공생도 실용음악 수업을 듣고 방송연출을 배우는 학생도 공연기획에 참여할 수 있다. 심화진 총장은 융합문화예술대학의 설립 취지를 “학문과 문화예술 각 영역간 통섭시대를 맞아 보다 개성과 실력이 뛰어난 ‘미래형 아티스트’를 육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심화진 총장은 미래형 아티스트 육성에 걸맞게 운정그린캠퍼스를 “‘친환경’과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신개념의 미래형 캠퍼스”로 가꾸어 나가고 있다. ‘최첨단 에코캠퍼스’이자 ‘문화캠퍼스’로 성장하고 있는 운정그린캠퍼스는 융합문화예술대학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육환경이다. 먼저, 자연친화적 신축교사. 직접 돌아다녀보니 완공된 지 얼마 안된 건물치고 새 건물 냄새도 거의 맡아지지 않았으며 자연채광률도 매우 높았다.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어둡고 답답한 작업실에 갇혀 있지 않고 햇빛이 드는 공간에서 건강한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운정그린캠퍼스에는 교육과 복지 목적의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아트갤러리 두곳과 770석, 288석, 2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는 각종 전시와 공연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연말에는 지역주민 아동들을 위한 뮤지컬<호두까기 인형>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공연들에는 학생들도 스탭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학생들이 교내 활동만으로도 폭넓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학교쪽의 배려다. 뿐만 아니라 시설도 뛰어났다. 최신식의 녹음실, 시사실, 방음실기실에 TV스튜디오와 레코딩 스튜디오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었다. 송승환 학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PMC프로덕션보다 시설이 우수하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졸업 뒤 현장에 나갔을 때 적응을 못할까봐 걱정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문화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 아울러

“이 사진은 저기에 붙이자.” “이 구두 저기다 걸까?” P동 1층 홀에서는 아침부터 5개 학과 학생들 100여명이 약 10개 팀으로 나뉘어 가로 세로 1.6m, 높이 2m의 공간을 꾸미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 <달고나> 등을 제작한 문화예술경영학과 김종헌 교수의 예술경영학 수업 장면이다. 예술경영학은 융합문화예술대학의 모든 학과생들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융합기초과목으로 이번 발표회에서는 학생들이 그동안 준비해온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오후 12시에는 송승환 학장이 방문해 “이런 기회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김종헌 교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말처럼 5개 학과생들이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이기가 힘들다. 융합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려면 학생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도 극복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수업을 마련한 의도를 설명했다. 그 뜻을 짐작했는지 동영상을 설치한 팀의 한 학생이 자신은 문화예술경영학과지만 “조원들과 힘을 모아 영상을 만들었다. 과에 따라 역할을 나누기보다 다 같이 합심해서 준비했다”며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학과별 구분을 타파하려는 융합문화예술대학이지만 굳이 나누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먼저 문화예술경영학과는 연극, 뮤지컬 등 각종 공연과 문화예술 행사의 기획, 투자, 경영, 홍보를 가르친다. 미디어영상연기학과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연출자와 배우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실용음악학과 역시 클래식과 팝을 오갈 수 있는 전천후 뮤지션을 생산해내고자 한다. 무용예술학과는 학생들이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스포츠 댄스, 무용치료, 창작무용 등 여러 장르의 무용예술가로 자랄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마지막으로 메이크업디자인학과에서는 미디어와 공연계의 메이크업 및 분장예술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융합적 아이디어를 길러라

문화산업의 모든 분야를 배울 수 있도록 만든 융합문화예술대학이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바는 이론이나 교양이 아니라 아이디어, 특히 융합적 아이디어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저장해 상품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왕의 남자> <괴물> 등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현대실용음악학과 이병우 교수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는 게 기본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음악감상 수업에서 “판타지를 키우도록 가르친다”는 그는 “문법을 안 배웠는데도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는 아이들이 있지 않나. 그 아이에게 ‘넌 기본이 안됐으니까 재미없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특유의 자유로운 교수법을 밝혔다. “학생들이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더라도 꿈을 잃어버리지 않길 바란다”는 그는 “학생들이 지금부터 각자의 개성이 담긴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사업구상안도 함께 짜본다”고 말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디어영상연기학과 김윤철 교수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운정그린캠퍼스의 하드웨어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제는 이 하드웨어를 채워갈 소프트웨어, 즉 맨파워를 어떻게 길러낼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과 에너지를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교육방식을 전했다.

“잠재력을 보여줘”

성신여자대학교 융합문화예술대학 송승환 학장

-설립 뒤 1년이 다 돼간다. =1학년뿐이라 여전히 시작 단계다. 본격적인 융합이 가능하려면 몇년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무용전공생이 음악수업도 듣고 경영전공생이 연기수업도 듣는 걸 보면서 융합시스템이 학생들에게 유용함을 확인했다.

-현장 중심 교육, MOU 체결 등에 관한 계획은 어느 정도로 진척됐나. =1학년 1학기 ‘문화예술 감상과 이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이 전국을 돌며 각지에서 열리는 연극, 뮤지컬을 관람하고 직접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을 보니 역시 이론수업보다 현장경험이 훨씬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MOU 체결은 3, 4학년생들이 있어야 가능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교수진이 화려하다. =그 덕인지 경쟁률이 매우 높다. 현대실용음악학과는 지난해 정시 때 120:1이었고, 미디어영상연기학과도 올해 수시 1차 때 63:1을 기록했다. 물론 그만큼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로 이병우 교수는 개인적으로 음악회를 열 때 학생들이 스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용예술학과생들도 무용과 교수들의 지도 아래 2011년 11월6일, 미국 하와이 브레이스델 콘서트홀에서 열린 2011 APEC 정상회담 축하공연을 다녀왔다.

-실기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평가 기준은. =잠재력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입시 실기만 열심히 연습해오는 학생들도 있지만 시험장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실기시험 시간도 다른 학교보다 훨씬 긴 편이다. 실기합격자에 한해서 면접도 따로 본다. 예술에 대한 이해, 창작에 대한 열의, 갖고 있는 창의력이 어느 정도인가 알아보기 위해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교육적 시도가 있다면. =작품 중심의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싶다. 5개 학과 학생들이 한편의 공연을 기획부터 상연까지 해보는 수업을 만드는 것이다. 3, 4학년이 채워지면 가능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