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초, 힐데가르트(바바라 수코바)는 8살에 수도원에 맡겨진다. 몸이 약했던 그녀는 자연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영을 볼 수 있었다. 수녀원의 원장 유타의 보살핌 아래 과학, 예술, 의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한 그녀는 30년 뒤 유타가 죽자 후임 원장이 된다. 하늘의 비전을 듣게 된 힐데가르트는 고심 끝에 그 사실을 알리게 되고 이단으로 몰릴 위기를 극복하고 하늘의 비전을 보는 자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 뒤 힐데가르트는 그녀의 명성에 힘입어 귀족과 왕들에게 많은 기부를 받아 그녀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 수도원과 맞서 싸우고 마침내 루페르츠베르크에 최초의 수녀원을 만든다.
<위대한 계시>는 힐데가르트 수녀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그녀의 이름을 딴 독일의 제약회사가 있고 독일 주화에도 그녀의 모습이 새겨져 있듯이 그녀가 후세에 미친 영향은 크다. 그녀가 창작한 도덕극과 노래, 비전에 대해 집필한 책, 그녀가 연구한 식물과 광물을 이용한 치료법, 그녀가 설립한 수녀원 등 그녀의 업적들은 영화에서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기록하는 데 중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의 다양한 힐데가르트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남성 위주의 지배 질서와 편견에 맞서는 당당한 모습, 교회의 권위에 맞서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의지, 그리고 아끼는 제자인 수녀 리하르디스(한나 헤르츠스프룽)에 대한 애정과 사랑으로 갈등하는 인간적인 모습까지, 신과 우주, 인간이 유기적 관계 속에서 하나가 된다는 그녀의 세계관 위에 영화는 다양한 그녀의 모습들을 쌓아 올린다. 영화는 그녀의 강인한 의지와 신념을 빠르고 명료한 진행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