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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복지시설 운영 어렵지 않아요~
김소희(시민) 2011-11-21

강용석 의원이 국회의원의 행태를 풍자한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아나운서에 대한 모욕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앙갚음인 셈이다. 강 의원의 일련의 행동을 보니 일본영화 <역분사 가족>이 떠오른다. 언뜻 평범하나 저마다 내면은 ‘과잉’된 가족 구성원들의 컬트적인 행동을 다룬 영화다. 비행기 조종사가 착륙 도중 이상조작(역추진)을 하는 바람에 사고를 낸 사건에서 나온 역분사라는 용어는 한시절 일본사회를 풍미했다. 난데없는 자폭성 이상행동을 설명할 때 많이 쓰였다.

내면의 불안이나 갈등이 분출할 곳을 찾지 못할 때 보통 사람들도 종종 엉뚱한 짓을 한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은 이를 “지랄한다”고 쉽고 편한 우리말로 설명한다. 대체로 자기 보호 차원에서라도 그러다 마는데, 이것이 반복되다 병적 징후로까지 발전하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 힘들어진다. 박원순에 이어 안철수를 물고 늘어지다 이젠 ‘일수꾼 선생’까지. 한나라당과 국회를 상대로 한 이런 식의 ‘인정투쟁’도 지나치면 ‘인정투정’, 급기야 ‘인정주정’이 된다. 종교계를 앞세운 사회복지법인·시설 사업자들의 공익이사제 거부 역시 일종의 역분사 행동으로 보인다. 국고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면서 공적 감시를 거부하는 것은, 심지어 거부 이유로 권력의 간섭에 따라 법인 설립의 철학을 유지하기 어렵고 분쟁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내부가 투명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사 가운데 3분의 1을 공익이사로 임명하자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예방책이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돌보는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

2006년 장애여성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성람재단은 27억원의 국고를 횡령한 혐의까지 드러났다. 가까이는 <도가니>의 인화학원에서 김포 사랑의 집, 에바다에 이르기까지 저항 능력이 약한 이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각종 전횡을 일삼아온 재단들의 행태가 생생하다. 공익이사제는 족벌 세습을 막고 시설운영을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로 오랜 사회적 논의와 일정한 검증을 거친 제도이다. 종교계의 뒤에 숨어 상식적인 개방조차 거부하는 ‘운영의 자율성’이라니, ‘교육의 자율성’만큼이나 공허하게 들린다. 자기 보호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자기 객관화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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