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묵은 뱀은 뱀이 아니라 요괴다. <백사대전>은 진실한 사랑을 가졌으나 요괴일 수밖에 없는 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백사 소소(황성의)와 동생인 청사 청청(채탁연)은 인간세계를 구경하다 약초꾼인 허선(임봉)을 발견한다.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 허선을 소소가 구하고, 그렇게 만난 두 남녀는 혼인한다. 어느 날, 요괴가 옮긴 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허선은 해독약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소소가 자신의 공력으로 허선을 돕지만 않았어도 그들의 사랑은 온전했을 것이다. 중생들을 구하기 위해 마을에 내려온 법해 대사(이연결)는 소소의 기가 담긴 허선의 약에서 요괴의 출현을 직감한다. 인간 세상의 모든 요괴와 전쟁을 벌이는 법해 대사는 소소의 진심과 상관없이 그녀를 물리치려 나선다.
정소동 감독이 연출한 <백사대전>은 중국의 전설 <백사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우리에게는 서극의 <청사>로 더 익숙한 이야기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의 슬픈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요괴를 물리치려는 제3자의 활약을 그린다는 점에서, <백사대전>은 정소동 자신이 연출했던 <천녀유혼>의 또 다른 판본으로 보인다. 소소와 허선의 첫 만남과 극적인 사랑,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법해 대사의 사투에서는 역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다소 과한 CG가 거슬리기는 해도 역시 명불허전인 액션과 다양한 유머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소소와 청청 자매가 법해 대사와 벌이는 마지막 결투에 이르면 감독마저 통제를 포기한 듯한 CG의 폭발이 이어진다. 강물이 폭풍이 되고, 뱀이 승천하며 싸우는 등 거대한 스케일에 비해 CG의 퀄리티가 급격히 떨어진다. 서극의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이 CG를 통해 자신의 영화를 확장해낸 결과물이었다면 정소동의 <백사대전>은 무협의 명장에게 CG가 얼마나 큰 독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아무리 대륙의 ‘뻥’이라고 해도 이건 정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