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줄의 여자 셋이 호스트바 안으로 들어선다. ‘짐승돌’을 벤치마킹한 듯한 스물 남짓의 소년 혹은 청년들이 가죽 바지와 망사 스웨터 차림으로 신음이 빽빽이 들어간 음악에 맞춰 몸을 놀리고 있다. 막 중년의 대열에 들어선 여자들은 마음속으로만 쾌락의 비명을 지르며 룸으로 불러들일 상대를 점찍는다. 그중 한 여자가 한 남자의 등장에 당황한다. ‘내 우상이가 왜 여기에?’ 격정적인 밤에 이르기 위해 낮 동안의 심심한 일상을 쌓아나가는 영화 <사물의 비밀>은 마흔살 유부녀 여교수가 갓 스물이 된 대학생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혼외정사를 경험한 기혼여성의 성의식 변화’를 연구하는 여교수 혜정(장서희)은 전공도 무관한 우상(정석원)을 조수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연하남과의 불륜을 경험한 한 유부녀를 인터뷰하면서 우상을 탐하기 시작한다.
연하남과의 불륜은 이미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골 때리는 로맨틱코미디나 질척한 신파로 요리됐던 닳고 닳은 소재다. <사물의 비밀>은 둘 중 어느 쪽도 택하지 않는다. 다만 사십대 여성이 품을 만한 욕망의 진흙탕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 탓에 은밀한 여교수의 속마음은 혜정 자신의 독백과 복사기의 내레이션으로 끊임없이 중계된다. 특히 복사기는 혜정과 관객 사이를 매개하기 바쁜데, 내레이션의 친절함이 오히려 영화적 효과를 반감시킨다. 유치한 모노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여럿 있다. 앞의 3분의 2가 복사기의 시점으로 혜정의 속내를 누설한다면 뒤의 3분의 1은 디지털카메라의 시점으로 우상의 내면을 비춘다. 사물이 탄로할 그들의 비밀이 무엇인지 솔깃해지는 설정이건만 끝내 욕망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은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 6분 동안 이어지는 원테이크 정사신은 애꿎은 배우들만 발가벗겨놓아 보기가 불편할 지경이다. “왜 벌써 사십이냐고!” 혜정이 울며 토로하지만 여심을 울리기는 힘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