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당시 실화 바탕으로 만들어진 <에델바이스 해적단> 화제
2차대전 말 독일. 폭격으로 폐허가 된 쾰른을 중심으로 독일 청소년 수천명이 `에델바이스 해적단`을 결성했다. 알프스 산등성에 외로이 피어나는 에델바이스, 그 연약한 모습과는 달리 강추위와 폭설을 견뎌내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에델바이스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 청소년들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탈출한 유대인 한스 슈타인브뤽과 그 연인 실리를 중심으로 히틀러 정권에 항거하는 청소년 운동을 주도하게 된다. 이상은 독일 팔라디오 영화사가 30억원을 들여 제작중인 신작 <에델바이스 해적단>의 줄거리다.지난해 9월 초부터 러시아 세인트 페테스부르크에서 촬영해온 <에델바이스 해적단>은 상영시간 150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2002년 여름 상영 예정. 감독 니코 폰 글라소우 브뤼허는 독일 뉴시네마 운동의 기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오랜 조감독을 거쳐 <마리의 노래> <결혼식 하객> 등으로 베를린영화제, 키예프영화제 및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를 휩쓴 독일영화계의 앙팡테리블이다. 대본은 감독의 부인인 키키 폰 글라소우가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장장 7년을 매달려 완성했다. <에델바이스 해적단>의 이야기는 아직도 독일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그만큼 프로젝트에 쏠리는 관심도 지대하다. 생존한 `해적` 단원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아직까지 독일 정부와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형을 당한 단원들이 수십명에 이를 정도로 본격적 반나치운동을 벌였음에도 조직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나치 상점을 습격, 절도행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이들에게는 여전히 범죄조직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에델바이스 해적단의 활동을 의거로 인정, `용기있는 독일인` 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부친이 나치 강제노동수용소 생존자인 폰 글라소우 뷔르허 감독은 <에델바이스 해적단>을 통해 평범한 사람이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발휘하는 엄청난 저력을 스크린위에 담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이 범상함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의 신념에 충실할 때라는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다고.
따라서 12월31일로 일단 촬영작업을 끝낸 <에델바이스 해적단>의 사실상 주연은 해적단원들로 나오는 쾰른의 고등학생들. 수개월 동안 연기 트레이닝을 거친 이들이지만, 독일 TV대상 수상 경력의 안나 탈바흐와 벨라 펠젠하이머, 요헨 니켈, 장 데클레어 등 독일 중견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해 아마추어 청소년 배우들의 연기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베를린=진화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