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을 걸으며 행복을 느꼈다면, 혹은 언젠가 올레길을 걸어보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 나왔다. 올레길 중 가장 풍광 좋은 코스로 꼽히는 올레 7코스 한복판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레길의 안부를 걱정하는 일보다 다급한 것은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내쫓기는 현재의 상황이다.
‘오마이뉴스’의 이주빈 기자가 쓴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는 강정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15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길 위의 신부’라고 불리는 문정현 신부가 가장 먼저 소개된다. “길이 자꾸만 그를 부르는 것인가, 아니면 그가 스스로 길이 되고 있는 것인가.” 공권력에 떠밀려 길로 나앉아 싸워야 하는 사람들 편에, 그는 여전히 서 있다. 문정현 신부는 강정마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젊은 감독들에게, 나중에 그럴싸한 작품 만들 궁리를 하지 말고 그때그때 소식을 전해달라고, 그래야 지킬 수 있다고 간곡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노엄 촘스키의 지지를 이끌어낸 그래피티 아티스트 고길천, 한평생 해녀로 제주에서 물질하며 자식들을 키워낸 강애심, 강정 ‘트위터 영화’를 만드는 감독 여균동,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영어로 강정의 소식을 정하는 프랑스인 뱅자맹 모네를 비롯한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제주의 문화, 4·3,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의 주요 쟁점까지 착실하게 다룬다. 노순택 작가가 찍은 사진은 그 땅과 바다, 그리고 인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는 300일을 넘기고도 아직 내려오지 못하는 김진숙 위원이 있고, FTA 비준안 처리 문제는 의료민영화와 농업, 어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고조시키고, 쌍용차 문제로 자살한 사람이 어느새 17명이나 된다. 그리고,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문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살던 대로 살기 위해, 나라와 맞서 싸워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