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온상’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만 보면 <퍼틀 그라운드>는 갱 조직이 총질하고 피가 난무하는 범죄영화로 착각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 여자의 심리 공포를 다루는 작은 영화다. 의상 디자이너인 에밀리(레이샤 헤일리)에게 행복은 일상이다. 그는 화가인 남편 네이트(게일 헤롤드)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평소 염원하던 임신도 하게 됐다. 그러나 임신 축하 파티 때 에밀리는 갑자기 하혈해 결국 유산한다. 유산으로 인한 불안의 그림자가 그의 행복한 일상에 드리우는 건 이때부터다. 유산의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에밀리를 위해 네이트는 전원주택으로 이사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환경 덕분에 에밀리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두 부부의 새 출발은 성공적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나 에밀리가 우연히 지하창고에서 전원주택의 주인이었던 윌리엄과 메리의 물건을 발견하면서 두 부부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에게 ‘이 집에 누군가가 있다’라는 암시를 던짐으로써 전원주택의 비밀을 찾는 데 골몰한다. 그러나 영화 속 전원주택은 어디까지나 맥거핀에 불과하다. 외려 감독은 이 맥거핀을 통해 에밀리의 유산에 대한 공포와 불안 그리고 우울증을 세심하게 보여주는 데 관심을 보인다. 전원주택의 비밀 가득한 분위기와 에밀리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맞물리면서 영화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하다. 문제는 감독의 의도와 이야기의 전개 방향이 쉽게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작 <오텁시>에 이어 애덤 기에라시 감독의 두 번째 심리공포영화라는 점에서 <퍼틀 그라운드>는 특정 장르에 대한 감독의 고집이 느껴지나 이야기가 다소 심심한 공포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