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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한석규, 너의 목소리가 들려

<8월의 크리스마스>

SBS의 <뿌리 깊은 나무>는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어질고 고뇌하는, 한시도 백성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는 임금과 그를 죽도록 증오하는 인물의 나선형 구도에서 캐릭터는 살아 숨쉬고 서스펜스는 촘촘하다. 장혁과 조진웅은 <추노>를 환기시키고 현우와 김기범은 <성균관 스캔들>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한석규가 툭툭 내뱉는 능청맞은 ‘저잣거리의 말’이 좋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제곡을 불렀다. 조성우가 영화음악을 맡았지만 이 곡은 홍성규가 작곡했다. 박효신과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작·편곡자로 잘 알려졌는데 이문세나 한영애부터 신화와 쿨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98년의 곡임에도 80년대 가요 발라드처럼 건반과 관현악기가 감정을 건드린다. 피아노와 기타로 시작해 현악기가 보강하는 구조는 감정의 결을 복작하게 만들고, 플루트와 오보에로 찍은 포인트는 이문세와 이영훈을 소환하기도 한다. 나름 화려한 편곡이 한석규의 소박한 목소리와 부딪치며 체념과 안온함이 뒤섞인 독특한 감상을 불러오는데, 조금 촌스럽게 들리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생각나는 곡이다. 슬픈 듯 기쁜 듯 복잡한 세종 이도의 얼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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