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나 열흘을 목표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어쨌든, 잇태리>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이 책과 궁합이 맞는 독자일지 가늠해보고 싶다면, 이 책 291쪽에 실린 ‘진짜 이태리를 만나는 박찬일의 버킷 리스트’를 읽어보면 된다. 난이도가 낮은 것은 ‘로마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 먹기’와 ‘새벽 7시,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현지인들 틈에 껴 카푸치노 사먹기’. 난이도가 높은 것은 ‘제노바에서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 먹기’, ‘안개 낀 11월에 피에몬테 알바의 구릉 드라이브하기’, ‘A1 고속도로에서 페라리 타고 200km 밟기’. 한편 완전히 틀린 정보도 실려 있다. ‘시스티나 성당에 누워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보기’. <최후의 심판>은 누워서는 볼 수 없다.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을 구분 못하는 이유가 있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면서 로마와 밀라노,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미술관 관람과 명품 쇼핑을 목표로 한다면 <어쨌든, 잇태리>는 필자의 ‘글빨’에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는 정서적인 도움 말고는 얻을 게 없다. 하지만 당신만의 지도를 그리겠다는 각오로 남부 끝까지 여행하고, 현지의 음식에 도전하고, 교통편 연착과 불친절로 점철된 이탈리아인(과 그들의 사회 시스템)들과 때로 결전을 불사한다는 각오를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이탈리아 여행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진짜 이태리를 만나는 박찬일의 버킷 리스트’에 실린, 때로 터무니없어 보이는 항목들은 그 자신이 해보고 좋았던 것들의 에센스이기 때문이다. 기름지고 거칠고 터프하며, 욕망에 충실한 이탈리아를 솔직하게 그려놓았다. 평생 가도 못 먹어볼 이탈리아의 기름진 진미에 대한 음식 포르노 같은 촉촉한 글을 읽는 것은 절절한 고통을 유발하지만, 이탈리아 문화에 대한 박찬일식 관찰기는 빌 브라이슨 부럽지 않게 웃긴다. 이 책을 읽고 이탈리아를 매혹적이라고 느꼈다면 그것은 당신이 ‘하드코어 이태리’에 도전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일단 돈을 좀 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