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철민(이돈구)은 힙합을 곧잘 추는 예고생으로 같은 반 여학생 소연(원소연)을 좋아한다. 하지만 소연은, 힙합프로댄스팀 ‘볼케이노’의 멤버이자 여학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선범(문선범)과 사귀고 있다. 스스로 선범의 애인임을 자랑하지만 알고보면 그의 스토커에 가까운 소연. 당연히 남몰래 상처를 받기 일쑤다. 사정을 아는 철민은 소연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선범에게 쇼다운(힙합 춤 경쟁)을 거나 대패하고, 미국에서 전학온 반 친구 상교(남상교)가 대신 춤으로 선범을 누른다. 이러는 사이 청소년 힙합경연대회 준비는 시작되고, 대통령 딸인 보경(김보경)도 집안 식구들 몰래 춤을 추기 시작한다.■ Review 국내 최초의 본격 힙합영화를 표방하고 나온 <턴 잇 업>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힙합마니아들이 기대할 만한 패션과 음악과 춤, 자유와 화합의 힙합정신은 이 영화 속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힙합음악이 사용되었고 춤추는 장면이 여러 차례 있긴 하나 부자연스런 드라마에 갇혀 제대로 끼를 발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힙합에서 자유를 찾았다’는 자막에서 알 수 있듯, <턴 잇 업>은 모든 현실적 어려움을 힙합으로 승화시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스토리는 청소년 예찬과 훈육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이성교제, 가정불화, 보수적인 교사들, 집단 따돌림 등 이른바 고교를 무대로 한 영화에서 예상될법한 문제상황들이 집결해 있지만, 그들을 매끈하게 꿰는 이야기의 줄기가 없는 것이다. 난데없이 실제 대통령과 흡사한 외모의 대통령이 여학생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대목 등은 의아스럽다.
이 영화에 나오는 학생배우들은 모두 1700명 참가자 중에서 여러 차례의 오디션으로 선발된 힙합 재주꾼들이다. 소연, 상교, 상훈 등 극중 인물 대부분이 배우들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 하지만 <턴 잇 업>은 그들의 생생한 삶에 다가서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때로 끼있는 아이들을 어색한 아마추어 배우로 강등시킨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드라마는 무시하고 힙합을 즐기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그들의 역동적인 춤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드렁큰 타이거, CB MASS 등이 음악에 참여했고 드렁큰 타이거와 실제 힙합댄싱팀인 고릴라 등은 우정출연하기도 했다. 최수임 sooee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