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렌스 맬릭(왼쪽)과 크리스천 베일(오른쪽), 가장 최근의 모습.
-테렌스 맬릭 감독은 몇살인가요. =1943년 11월30일생입니다. 67살입니다.
-인터뷰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맬릭은 정식 인터뷰를 딱 두번 했습니다. 둘 다 데뷔작 <황무지>를 만든 다음인 1975년에 한 것입니다. 영국 영화 월간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 프랑스 영화 월간지 <포지티프>와 했습니다. 이후로는 전무합니다.
-젊었을 때 모습이 궁금한데 사진이 없어요. =궁금하시다면 <황무지>를 보면 됩니다. 영화의 남녀주인공들이 어느 부잣집을 점령하고 있을 때, 멋모르고 이 집을 찾는 ‘카우보이 남자’로 잠깐 단역 출연합니다. 은둔자라더니 아니라고요? 사정이 있었답니다. “아침 9시30분까지 오기로 되어 있었던 배우가 오지 않았다. 우리는 기다렸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에 내가 카우보이 모자를 집어 쓰고 그 역을 연기했다.” 가장 최근 모습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록페스티벌에 나타나 뭔가를 촬영했는데, 아마 차기작과 관련이 있었을 겁니다. 어쨌거나 평생에 걸쳐 찍힌 사진보다 이날 찍힌 사진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은둔자도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피하진 못했네요
-철학을 전공했다고 하던데요. =하버드대학교 철학과를 나왔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이고 영화에 관한 훌륭한 철학서도 쓴 바 있는 스탠리 카벨에게서 배웠습니다. MIT에서 잠시 철학을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뉴스위크> <라이프> <뉴요커> 등에 글도 기고했습니다. 하이데거의 <이성의 본질>을 영문으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데뷔작 <황무지> 전에 다른 영화 일을 한 적은 없나요. =믿기지 않겠지만 돈 시겔이 연출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액션영화 <더티 해리>의 초고 시나리오작가였습니다. 하지만 해고됐답니다.
-작업에 있어서 완벽주의자라고 하던데요. =그는 오래 찍고 즉흥적으로 찍고 또 많이 찍고 많이 버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천국의 나날들>을 촬영할 때는 이 점 때문에 모든 스탭이 짜증을 부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촬영기간이 길어지면서 촬영감독 네스트로 알멘드로스가 미리 계약되어 있던 다른 영화촬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촬영장을 떠나야 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촬영은 하스켈 웩슬러가 맡았습니다. 네스트로 알멘드로스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아 촬영감독으로서 명성을 떨쳤는데, 훗날 하스켈 웩슬러는 최종 버전 중에 적어도 절반은 자신이 촬영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여튼 한 완벽주의자 덕에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20년 동안 영화계를 떠났었는데 왜인가요. =속시원히 밝혀진 바 없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언급은 있습니다. 역시나 은둔자인 미국의 소설가 코맥 매카시와 맬릭은 서로 아는 사이였나 봅니다. 매카시가 훗날 맬릭에게 들었답니다. 맬릭은 “그런 삶을 사는 걸 원치 않았다”고 합니다. 매카시는 이 말을 전하며 영화가 싫어져서가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사는 것이 싫어졌던 게 아니겠느냐는 뉘앙스를 은근히 남깁니다.
-칸영화제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던데요. =그 소문 저희도 들었습니다. 심지어 캐나다의 공신력있는 영화 계간지 <시네마스코프>의 편집장 마크 페란슨은 과감하게도 이 믿거나 말거나 한 말로 편집장의 글을 열고 있습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심사위원장 로버트 드 니로를 위시한 심사위원들에게 이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주지 않는다면 “역사가 당신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합니다.
-차기작이 궁금해요. 또 한 10년 기다려야 하나요. =놀라지 마십시오. 맬릭은 이미 하비에르 바르뎀, 벤 애플렉, 레이첼 맥애덤스 등을 주연으로 한, 제목 미정의 영화를 촬영했고 지금 후반작업 중입니다. 한편 브래드 피트, 에마 톰슨이 출연을 결정한 <시간의 항해>라는 영화는 지금 프리 프로덕션 단계입니다. 그리고 맬릭이 수십년 전부터 품어왔던 프로젝트인 1950년대 가수 제리 리 루이스에 관한 영화를 지금 크리스천 베일과 찍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고 있습니다. 40년 동안 고작 5편을 만든 감독이 지금 이 정도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는 건 과연 놀랄 만한 일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