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년간 이십대의 자기소개서라는 걸 읽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인생 다 살아봤고, 다 경험해서 알겠는데… 라면서 적은 ‘내 인생’은 학교와 부모 돈으로 한 여행과 스펙 쌓기를 위한 인턴십이 전부다. 똑같아서 슬픈 자기소개서들.
제발 더 생각하고 경험하세요. 그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자기소개서에서 중요한 건 매끈한 문장이 아니라 그 안의 ‘나’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과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가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은 그 유명한,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 콘서트’ 안팎에서 만난 10대, 20대와 그들의 학부모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쓰인 책이다. 혁명이라는 단어 그대로의 책이다. 지금처럼 살지 마라. 인생을 바꿔라, 그건 너만이 할 수 있다. 그런 책이다. 박경철의 강연이나 글을 이전에 읽고 감동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유’에서, 원칙을 세웠다 무너뜨리기를 반복하면서 죄책감만을 쌓아가는 무력감에 빠진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색깔로 도전하기’에서, 정치적 색깔을 보이면 ‘수꼴’이나 ‘좌빨’로 몰릴까봐 ‘중도 보수’ 같은 말을 세우고 그 뒤에 숨어버릇한 사람이라면 ‘진실을 보고 행하는 참지식인이 되자’에서 힘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고 30대, 40대, 80대, 90대는 그렇게 소신과 원리원칙대로 사느냐? 절대 아니다. 그러니까 나이에 관계없이 노력하자는 전언이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이다. 제목이 거창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착실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아껴 읽을 조언이 많다.
박경철의 책이 가진 유일한 문제는, 그가 살아온 인생의 평탄함이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대학 입시에서부터 소신 꺾는 법을 배우고 이리저리 휘둘리며 직장생활을 참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박경철의 이력은 그저 잘난 인생으로 보인다. 그에 비하면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는 마음대로 살아서 잘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겨레21>의 인터뷰 특강을 묶은 이 책의 강사는 강풀, 홍세화, 김여진, 김어준, 정재승, 장항준, 심상정. 남들처럼 살지 않은 인간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젊어서의 고생과 경험은 어떻게 하는 건지를 그들의 입을 통해 들려준다.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보라,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절로 읽게 된다. 경험의 힘이 바로 그런 것이다. 서른한살에 처음 술을 마셔본 강풀의 청순한 시절, 보스 슈트를 입고 이탈리아에서 삐끼로 대성해 잠시 민박집까지 운영했던 김어준의 귀여운 시절, 예상외로 사랑 참 좋아하는 정재승의 말랑한 시절 이야기 같은 것들. ‘성공한 이의 경험담은 곧 자기 자랑’이라는 잣대로 판단하지 말고 찬찬히 읽어보시길.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남들과 똑같이 살겠다는 선택도 충분히 가치있다. 다른 선택을 존중한다면,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다면 어떤 선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