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여기 왜 왔느냐?” 지리산 청학동 출신으로 유명한 김봉곤 훈장이 예절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는 대답한다. “엄마가 인간 돼서 돌아오라고 했어요.” <훈장과 악동들>은 2010년 12월25일부터 2011년 1월9일까지 김봉곤 훈장이 운영하는 강원도 철원의 민족학당 예절학교 선비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한 남녀 초등교육생 50명의 교육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헐~”이라는 단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철부지 아이들은 달라진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엄마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몰래 휴대전화를 쓴다거나 친구들과 코피가 터지도록 싸우기도 한다. 이럴 때 김봉곤 훈장은 회초리를 든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이 적힌 회초리를 가지고 있다. 회초리를 맞고 눈물을 훔치던 아이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인사하는 법을 배우고 어색하지만 공손한 말투도 쓰기 시작한다. 엄한 가르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밭에서 눈싸움을 하고 썰매도 타는 등 도시에서 쉽게 즐기지 못하는 놀이를 통해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2주가 지나면 아이들은 꽤 의젓해진다. 아이들의 변화 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훈장과 악동들>은 선비체험 프로그램 막바지에 아이들이 부모에게 전화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 집중한다. 울먹이는 아이들은 저도 모르게 “앞으로 엄마 아빠 말씀 잘 들을게요”라는 말을 한다. 김봉곤 훈장이 직접 연출을 맡은 <훈장과 악동들>은 뛰어난 다큐멘터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TV다큐멘터리식의 관습화된 카메라의 시선에 묶여 있고 단순한 기록에 치중했기에 극의 구성도 단조로운 편이다. 다만 아이들의 모습은 꾸밈이 없어 나름의 감동을 만들어낸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교육용으로 보기에 나쁘지 않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