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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에너미 라인스
2002-01-15

■ Story

버넷 중위(오언 윌슨)는 보스니아의 긴장 상황으로 인해 거듭되는 정찰 임무에 염증을 느낀다. 파트너와 함께 내전지역을 정찰하다가 우발적으로 임무 항로를 이탈한 그는 세르비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적진에 불시착한다. 중무장한 세르비아군과 저격수들의 눈을 피해 극적으로 살아남은 버넷은 상관인 리가트 제독(진 해크먼)과의 교신에 성공한다. 리가트는 버넷 구출 작전을 펼치려 하지만, 휴전협정을 맺고 군대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나토의 반대에 부딪힌다.

■ Review 보스니아 내전에 뛰어든 미군, 그것도 아주 평범한 정찰비행 조종사가 ‘적진에서’(Behind Enemy Lines) 살아남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 <에너미 라인스>는 단순한 룰의 비디오 게임을 연상시킨다. 조난-서바이벌-구출작전. 단계를 넘어, 공간을 이동해, 사악한 적의 무리와 대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존’이 돼버리는. <탑건>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스토리라인을 버무려 비디오 게임으로 만들어놓는다면, 이런 버전이 되지 않을까.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미사일 공격을 받아 적진에 떨어졌다가 6일 동안 생존, 귀환한 미 공군 대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너미 라인스>는 애초 전형적인 할리우드영화의 관습에서 벗어난, 조금 다른 전쟁영화를 표방했다. 영화 첫머리에 버넷 중위는 군생활에 대한 회의를 내비친다.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주변국의 치안을 위해 군에 지원하지 않았다”며, 차라리 “빌 게이츠의 제트기나 민항기를 모는 편이 낫겠다”고 빈정거린다. 신념도 사명감도 그에겐 없다.

이렇듯 평범한, 냉소적인 인간형이 극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어떻게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을지를 따라잡은 것. 그러나 캐릭터 내면의 변화, 그 추이를 포착하지 못함으로써, 영화는 가장 큰 변별점을 상실한다. 적의 무리는 거대하지만 멍청하고, 주인공의 혈관엔 (알고 보니) 영웅의 피가 흐르고 있더라는 것. ‘세계 평화는 우리가 지킨다’식의 미국식 영웅주의 역시 거슬리는 대목.

세가(Sega) 비디오 게임 CF를 통해 이 영화의 연출자로 발탁된 존 무어 감독은 그 자신이 군용항공기와 무기마니아다. 그의 이력과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상은, 전쟁영화도 팬시상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특히 버넷 중위가 세르비아군의 미사일을 따돌리는 장면이나 지뢰밭을 통과하는 장면은, 리얼리티를 떠나, 대단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동구의 푸른 설원, 얼굴 반쪽이 날아간 성모상, 앙상한 겨울 숲에 감도는 전운, 고독, 무상감도 제대로 표현돼 있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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