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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지나친 호들갑은 촌스러운 법

<양과자점 코안도르>의 아오이 유우, 줄무늬 티셔츠 숭배자들을 향해 한방 날리다

<양과자점 코안도르> 촬영현장의 아오이 유우.

생 제임스라는 브랜드가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브랜드로 흰색 바탕에 파란 가로 줄무늬를 넣은 티셔츠가 특히 유명하다. 피카소가 이 티셔츠를 그렇게 즐겨 입었다고 하는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드리 헵번도 입었고, 제임스 딘도 입었다는 걸로 보아 요즘으로 치면 그 인기랄까 대중성이 유니클로 히트텍쯤 되지 않았나 싶다. 줄무늬 티셔츠 또한 다른 여느 옷과 마찬가지여서 관심없는 사람 눈에는 죄다 비슷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한벌 한벌이 하나같이 다르다. 목선이 옆으로 길게 팬 것, 동그랗게 팬 것, 소재가 도톰한 것, 얇은 것, 소매가 길고 소매통이 꼭 맞는 것, 소매가 7부 정도인 것, 신축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이토록 다양한 줄무늬 티셔츠를 운동장에 세운다면 생 제임스의 자리는 맨 앞줄 가운데다. 오른손 번쩍 들고 “기준!” 하고 외치는 자리. 다시 말해 베이식 중의 베이식. 목선이 옆으로 길게 팬 보트넥 스타일에 소재는 신축성이 거의 없고 실루엣은 정직하기 그지없는 이 줄무늬 티셔츠를 입어본 사람들 말에 의하면 “좋다”고 한다. 입었을 때 편하고 어떤 자리에나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생 제임스 티셔츠가 좀 지겹다. 내 주변(특히 패션계)에 그 티셔츠가 ‘시크함의 상징’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역사고 베이식이고 다 좋은데 그래봤자 한낱 줄무늬 티셔츠에 불과한 물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좀 꼴 같지 않아서….그들은 차려 입어야 하는 날 블랙 재킷의 이너웨어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날에는 작업복으로, 멋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이 지친 날에는 추리닝 대용으로 이 줄무늬 티셔츠를 입는다. “나 시크하지?”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온몸에서는 그런 느낌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이렇게 입으면 아무도 내 옷차림을 촌스럽다거나 옹색하다고 보지 않을 거야” 하는 안도의 한숨이 뿜어져 나온다.

혹시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 있나? 그렇다면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보라. 아오이 유우가 생 제임스 티셔츠를 입은 채 자고, 몰래 빵 만드는 연습을 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속이 후련해지면서 “옳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테니….

그 대상이 물건이든 브랜드든 사람이든 지나친 호들갑은 촌스럽다. 그 호들갑이 진심에서 나온 게 아니라 남들이 그러는 걸 보고 따라 떠는 호들갑이라면 더더욱. 바꿔 말해, 진짜 멋이란 남들이 호들갑 떠는 대상에도 초연할 수 있는 자세에서 비롯되는 것일지 모른다. 멋이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증명하고 검사 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기쁨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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