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지 20년이 된 아들 게이브릴(루 테일러 푸치)을 찾았다는 소식이 어느 날 헨리(J. K. 시몬스) 부부에게 전해진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오랜 노숙자 생활을 했던 게이브릴은 뇌종양 수술로 기억이 15년 전에 멈춰 있다. 뇌기능 손상 환자에게 음악이 좋은 치료가 된다는 기사를 읽은 헨리는 게이브릴에게 어린 시절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려준다. 하지만 게이브릴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음악에는 관심이 없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록음악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 끝을 붙잡고 미궁을 헤매는 테세우스처럼 게이브릴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음악의 전주를 따라 기억을 되짚어간다. 게이브릴의 암전된 기억엔 순간만 있을 뿐 연속성이 없다. 현재의 시간에서도 수시로 뚝뚝 끊기는 게이브릴의 사고(思考)는 어쩌면, 미궁 안쪽에 도사리고 있는 ‘엄격한 아버지’라는 이름의 미노타우로스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의지와 무관하게 지워져가는 기억은 고통이다. 기억에 연속성이 없으니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도 면역이 없다. 소중했던 사람들을 잃는 경험을 반복하는 아픔이 게이브릴에게는 하루에도 수십번이다. 그럴 때마다 그의 표정에 드러나는 상실감과 이 순간만은 절대 잊지 않겠다며 무용한 다짐을 되뇌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쓰리게 할퀸다.
안타까운 이야기와는 별개로 비틀스, 롤링 스톤스, 밥 딜런의 음악은 ‘그때 그 시절’의 명곡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설레는 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뮤직 네버 스탑>은 실화에 기반하고 있어 더 큰 울림을 주는데, 루 테일러 푸치의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보고 있자니 이런 기적이라면 설령 황망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그냥 사실로 믿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