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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네 번>
김성훈 2011-10-19

이탈리아 최남단 칼라브리아의 한 시골 마을.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는지 높은 산악지대에 위치한 마을은 인적이 드물다. 이곳에서 한 노인(기우세페 부다)이 홀로 수십 마리의 염소를 키우며 살고 있다. 병을 앓던 그는 교회 바닥에서 모은 먼지야말로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약이라 믿는다. 매일 교회를 찾아가 먼지를 염소 젖과 바꿔 물에 타 마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느 날 그는 염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나고, 다음날 아침 아기 염소가 태어난다. 아기 염소는 풀을 먹기 위해 다른 염소들과 함께 들에 나갔다가 길을 잃고 전나무 밑에서 잠든다. 시간이 지나고 마을에서는 축제가 열린다. 마을 사람들은 아기 염소가 누웠던 곳에 있던 전나무를 잘라 축제에 사용한다. 축제가 끝난 뒤 전나무는 숯장수에게 팔려간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가마 안에서 전나무는 숯이 되고, 우리는 가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윤회(輪廻). 이 말은 중생이 죽은 뒤 그 업(業)에 따라서 또 다른 세계에 태어난다는 뜻의 불교 교리다. 그러니까 삶과 죽음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시간이라는 말이다. 이 윤회사상을 염두에 두고 <네 번>을 만들지 않았겠지만,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은 “생명은 그 자체로 어떤 위계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다. 노인, 염소, 전나무, 숯 역시 마찬가지다. 그 생명의 물질과 영혼을 매개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어떤 점에서 이 말은 윤회사상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어떤 사건’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고, 그저 마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일상과 풍경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조용히 펼쳐놓는다. <네 번>은 2010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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