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 잭 C. 엘리스, 베시 멕레인 지음, 허욱, 김영란, 이장욱, 김계중, 노경태 옮김 / 비즈앤비즈 펴냄
이해 안되는 오탈자 출현 지수 ★★★☆ 좋은 도판이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 지수 ★★★★ 이 책 읽고 다큐멘터리에 관심 가질 지수 ★★★★
두명의 저자 중 한 사람의 이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잭 C. 엘리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게 된 이름이다. 국내에 <옥스포드 세계 영화사>도 없고, 데이비드 보드웰이 쓴 <세계 영화사1, 2, 3>도 없던 때다. 그때에 믿을 만한 영화사 번역서로 꼽히던 것이 잭 C. 엘리스가 버지니아 라이트 웩스만과 함께 써냈던 <세계 영화사>(이론과 실천 펴냄, 1990)였다. 감독 이름과 영화 제목을 열심히 외우던 시기라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지금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를 마주하고 보니 이 사람이 영화사를 기술하는 방식에는 이야기꾼의 기질이 적잖이 반영되고 있다는 걸 알겠다. 물론 그 밖에 여러 가지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들이 있다.
그다지 좋은 질의 도판은 아니지만 귀한 현장 사진과 스틸들이 수록되어 있고, 적어도 다큐멘터리에 관하여 생각하고 말할 때 영화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겨져온 작품들이 빼곡하게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역시 재미있는 건 이야기꾼 기질의 저자가 들려주는 어떤 일화들이다. 예컨대 호주 출신의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러보의 <피델을 기다리며>는, 방송 출연을 약속한 쿠바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기다리던 백만장자 게스트와 사회주의자 게스트가 끝내 카스트로가 나타나지 않자 ‘주인공도 없이’ 서로 이데올로기 논쟁을 벌이기 시작하고 여기에 감독까지 얼떨결에 화면에 잡혀 완성된 영화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일화들이 이 책에는 많다. 그 일화들은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인상을 떨치고 다큐멘터리는 흥미로운 사실들의 출현으로 이루어지는 세계다, 라는 생각을 새롭게 심어주고 있다. 꼭 그 뜻은 아니겠지만,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역사>라는 책 제목이 잘 어울린다.
<시네리테르> 장석남, 권혁웅 엮음 / 문예중앙 펴냄
경청할 만한 의견 지수 ★★★☆ 정신분석학 의존 지수 ★★★★ 영화 다시 보게 하는 지수 ★★
이 책의 편집자들은 “문학의 현장에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젊고 유능한 연구자들”에게 “영화와 문학을 연계하는 글이면 어떤 것이든 좋으니 자유롭게 집필해달라는 청탁서를 보냈”고 그 결과물로 열여섯편의 글이 모였다. 지금의 문학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문학평론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영화에 관한 글을 쓴 것이니 문학이 영화를 껴안는 흥미로운 현장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의외로 이런 시도가 많지는 않아 더 경청할 가치가 있다.
전체가 총 6장으로 나뉘어 있다. 문학과 영화에 관한 메타 담론,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한 꼼꼼한 정신분석학적 연구, 영화와 문학간의 횡단적 비교분석, 공간과 서사에 주목하는 텍스트 분석(혹은 정신분석 연구2), 이데올로기 분석, 셰익스피어 읽기 등으로 거칠게 여섯장의 시선을 나눠 볼 순 있겠다. 읽다보면 두 가지가 흥미롭다. 여기 참여한 이들은 감상자로서의 지지나 선호를 보낼 만한 작품보다는 연구자로서 개념적이고 구체적으로 각인되었던 작품을 대상으로 취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니까 감상의 흥이나 주장보다는 분석의 묘가 뛰어난 글이 많아 보인다는 뜻이다.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다소 놀랍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 것은 수록된 많은 글이 분석의 틀로서 직간접적으로 정신분석학을 수용하고 거기 크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개별의 글을 떠나 묶여 있는 시도 그 자체인 것 같다. 편집자들은 “영화와 문학의 이종교배 혹은 동질이상에 관한 책”이라고 서문에서 말해주었다. 우리는 이 책이 새롭고 다른 의견을 공감해보기 위한 신선한 시도인 것 같아 참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