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을 비난만 할 게 아니다. 오죽 노후가 걱정됐으면 이런 편법·불법을 무릅쓰고 아들 명의까지 빌리셨겠는가. 청와대 경호처 몫으로 배정된 국가 예산을 돌려써가면서 말이다. 본인 대까지야 여기저기 차명으로 묻어둔 돈과 연금으로 호가호위하겠지만 모자라뵈는 아들의 노후에 생각이 미치면…, 부모의 마음으로 십분 이해된다.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라도 한 덩이 남겨주고 싶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따지면 명의 바꾸고 안 따지면 그냥 주고. BBK에서 얻은 교훈대로 ‘주어’만 바꾸면 되는 거니까. 그분의 유일한 잘못이라면 본인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살짝 잊고 늘 하시던 대로 재산 관리를 한 것뿐. 대통령까지 노후 걱정에 시달리는 나라라니. 우리는 단지 “시끄러운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다.
KBS와 <조선일보>만 봐서는 대통령이 퇴임 뒤 살 집 좀 싸게 사겠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청와대 해명으로 처음 이 소식을 전했던 KBS는 연일 <9시 뉴스> 끝나갈 시간이 되어서야 야당 공세 등 정치권 공방 정도로 처리하고, 청와대 해명을 싣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것 같은 <조선일보>는 딱 한번 사설에서 꾸짖기를 “빨리 본인 명의로 돌리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사면 호가가 세질까봐 아들 이름으로 했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인데(주변 땅값이 오를까봐가 아니라), 이게 또 이 방송과 신문만 보는 이들에게는 먹힌다. 빠른 고령화에 경제 양극화가 가속되는 게 당면한 사회문제라지만 이렇듯 정보의 양극화도 상태 점점 심해진다. 이 정보 소외층은 어떻게 보듬어야 할까(게다가 KBS는 대통령이 미국 간 날 이 소식을 전하며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13년 만에” 미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고 했다. 뭘 연설하는지가 아니라 말이다. 흠, 미국에서 노무현과 다른 ‘대접’을 받는 게 그렇게 중요한 모양이다. 한-미 FTA보다도).
이렇게나 언로를 틀어쥐고도 측근비리 소식은 못 막는다. 어찌나 글로벌한지 이번엔 저 멀리 아프리카 카메룬에 이른다. 한 업체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외교부가 띄워주고 그에 따른 이득(주가 차익)을 특정 인사와 방송사 간부등이 나눠가졌다고 한다. 권력 실세의 이권 개입 의혹도 제기됐으나 관련된 어느 기관도 분명한 해명을 못 내놓고 있다. 잡스 오빠도 놀랄, 도저한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드림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