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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사회 문제와 윤리에 대한 질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송경원 2011-10-12

최우수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함께 몰아준 베를린영화제 올해의 선택.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고전적 드라마 작법의 힘과 명민한 사회의식이 결합했을 때 탄생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상업적 파괴력과 예술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영화’라는 베를린의 평가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씨민(레일라 하타미)과 나데르(페이만 모아디) 부부는 별거 중이다. 아내 씨민은 딸의 교육을 위해 이민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치매인 아버지를 두고 떠날 수 없었던 나데르는 친정으로 떠난 아내를 대신하여 아버지를 돌봐줄 가정부를 고용한다. 임신 중임에도 가난에 떠밀려 남편까지 속이고 가정부 일을 시작했던 소마예는 어느 날, 나데르의 아버지를 침대에 묶어두고 잠시 외출을 한다. 그 사이 아버지가 위독했음을 알게 된 나데르는 격분하여 소마예를 해고하고 그 과정에서 소마예는 유산을 하고 만다. 이윽고 소마예 부부는 나데르를 살인죄로 고소하고 법정에서 만난 두 가족의 변명과 거짓말이 이어진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질문의 영화다. ‘왜 소마예는 아버지를 묶어두고 외출할 수밖에 없었나’ 같은 숨겨진 진실을 두고 첨예한 법정 공방이 이어진다. 대개 서스펜스는 진실이 밝혀지면 해소되게 마련이지만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그 순간 사회적 의제와의 결합을 통해 문제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이란사회의 계급, 성차별, 종교 등의 첨예한 문제를 다양하게 엮어내면서도 보편성을 부여하는 연출력에 절로 박수가 나온다. 정의에 대한 손쉬운 정답은 없다. 영화는 모자이크처럼 펼쳐진 상황과 문제의 연쇄 속에 윤리라는 거대한 질문을 그려낼 뿐이다. 인간은, 철학은, 삶은, 그리고 이 영화는 고민과 질문 끝에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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