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오빠의 스탠퍼드대학 명연설은 그가 뜻깊게 본 책 <지구대백과사전>의 “Stay Hungry, Stay Foolish”란 문구로 마무리된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로 번역돼 있던데 일부 성문종합영어 세대는 자칫 ‘배고프고 바보같이 남으라’는 악담으로 접수할 수도 있겠다. 쩝(혹시 그 후유증으로 애들 들볶는 분들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펴낸 <아깝다! 영어 헛고생> 일독을 권한다. 누구네 엄마표 영어, 얼마 만에 영어 때려잡기류의 책들 볼 필요없게, 달걀 하나 무게에 모든 핵심적이고 실증적인 정보가 담겼다. 무엇보다 얇고 싸다는 거. 자매품 <아깝다 학원비!>도 있습니다).
전 지구인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50대 중반에 요절한 남편보다 별 영향 안 끼쳐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남편이 좋지 않겠냐는 얘기를 꺼냈더니, 한 이웃은 잡스가 남겼다는 8조원의 유산을 환기시킨다. 아 빌어먹을 ‘신자유주의 마누라 프레임’.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일을 찾으라’는 생전의 메시지에 등장하는 잡스의 그녀, 로렌에게 애도를 표한다.
뉴욕증권거래소 근처 공원을 점령하고 있는 ‘잡’(Job) 없는 청년들은 지금 잡스가 만든 기기들을 이용해 싸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개인화하는 시스템은 자본주의도 시장경제도 아니다”라고 거리강연을 했다. 그럼 뭘까? ‘우리는 99%다’를 내세우며 월가에 모여드는 이들은 이를 ‘탐욕의 도가니’라고 부른다. 이들의 시위는 공적 자금을 제 돈처럼 갖다 쓰고 꼬박꼬박 보너스 잔치를 벌이면서도 정작 모든 부실과 실패의 책임은 지지 않는 기업인?금융인들을 엿먹이고자 시작됐으나, 점차 99%를 굶주리게 하면서 제 배만 채우는 1%에 대한 저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조선일보>까지 지면을 펼쳐 ‘물타기’ 하는 걸 보니(으하하. ‘침묵하는 좌파’에 대한 실망으로 거리에 나온 거래. ‘미쿡 좌빨 교수’까지 등장시켜 통제없는 자본주의에 대한 ‘좌절’이라 선을 그었다. ‘통제있는’ 자본주의는 괜찮다는 웅변이자 세력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위세가 대단하다. 20대 수십명이 시작한 시위는 영화 <도가니>에 나오는 대사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버티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만국의 백수들이 지금 함께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