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 마이클 오프레이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여성영화> 폴 웰스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아방가르드 영화> 앨리슨 버틀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숏컷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영화 입문 개론서가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번역되고 있다. “영화의 장르, 개념, 역사와 영화 운동,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영화 연구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종합 입문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는 필름 누아르, 뉴 디지털 시네마, 멜로드라마, 다큐멘터리도 번역되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시리즈의 일환으로 올해 나온 두권의 책 <호러 영화>와 <여성영화>, 그리고 지난해 출간된 <아방가르드 영화>까지 묶어 소개하려고 한다. 나온 순서대로 말해보자.
<아방가르드 영화>는 매 장을 대체로 10년 간격으로 나누었고 “1940년대: 미국의 신화”, “1960년대: 뉴웨이브” 하는 식으로 그 10년간의 주도적 흐름을 짚어내며 1990년대까지 시대별로 정리한다. 물론 마야 데렌, 케네스 앵거, 마이클 스노, 말콤 르 그리스 등 대체로 전통적인 분류에서의 아방가르드 영화 예술가들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루지만 특이하게는 “1960년대: 뉴웨이브” 같은 장도 있다. 고다르, 안토니오니 등을 이 장에 포함시킨다. 저자는 “아방가르드 영화를 위해 헌정된 이 책의 내용에 뉴 웨이브가 포함된 것이 어떤 면에서 의아할 수도 있다”고 가정하면서도, 실험 예술영화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그리고 후대의 감독들에게 미친 영향 면에서 포함시켰다고 이유를 남기고 있다.
아무래도 가독성과 흥미 면에서는 <호러 영화>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지금 소개하는 세권의 책 중에서도 구성의 묘라는 측면을 볼 때 가장 역동적이다. 한편으론, “<BBC> 라디오 시리즈였던 <등골이 오싹해지는 영화들: 공포영화의 역사>를 위해 진행했던 연구를 바탕으로 했으며 대학원 과정에서의 심화 연구를 통해 보완”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대중적 고려도 엿보인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개론서이면서도 불구하고 스티븐 킹,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조도로프스키 등 저자 자신이 꼼꼼하게 감독 및 예술가들과 나눈 인터뷰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서 글의 내용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인터뷰들이 철학적 개념 및 호러영화의 명장면들과 어우러져 적절히 안배되어 있다.
<여성영화>는 “특정한 영화 장르나 감독을 여성주의 입장에서 읽는 방식이 아니라 여성 영화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크게 세 가지 국면을 중심으로 일괄하는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할리우드 장르영화, 작가영화, 트랜스내셔널영화가 그것이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 혹은 여성영화에 관한 이론적 독법에 관심을 기울여온 독자들이 읽기에 좋을 것 같다. 나머지 두권이 책의 몸통을 시기별로 구성한 것에 비해 이 책은 주제별로 각장을 묶었다. 그 덕분에 각각의 주제에 관한 주의환기 및 담론에 관련한 첨예한 쟁점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권 모두 개론서로서는 비교적 가독성이 높다. 다만 독서의 흥분을 자아내지는 않는다. 그리고 사실 그런 개론서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아방가르드, 호러, 여성영화에 관한 당신의 황홀경은 지금 이 시간, 약간의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 지식 습득의 시간을 거친 다음에야 좀더 자주 확실하게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만이 사실이다. 그게 인내심을 요구하는 이 책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