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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21세기 노예제도를 고발합니다

흑인의 삶을 얘기하는 영화제, 제7회 몬트리올국제블랙필름페스티벌

<나는 노예다>

몬트리올이 검은 물결로 뒤덮였다. 올해로 7주년을 맞이하는 몬트리올국제블랙필름페스티벌(MIBFF)이 9월22일 막을 올렸다. 아프리카인과 아이티인을 중심으로 창설된 블랙필름페스티벌은 2005년 ‘몬트리올아이티필름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첫해에는 3일 동안 3편의 영화만을 상영했다. 이후 젊은 감독들과 바이링구얼(영어와 불어에 능통한 자)들에 의해 지금의 MIBFF로 발전했다. 올해 MIBFF는 25개국에서 온 128편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으며, 38편의 영화(장편과 단편), 77편의 다큐멘터리와 13편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모든 상영작은 흑인들의 삶을 주제로 다룬다. 이번 영화제에서 특히 주목할 영화는 <나는 노예다>(I Am Slave)이다. 2010년에 TV 방영용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영국 작가 멘드 네이저, 인권운동가, 아프리카의 수단에서 노예생활을 한 사람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고, 한 흑인 노예여성이 현대의 노예로 살아가다가 해방을 위해 싸우는 과정을 담는다. 주인공은 수단의 한 마을에 사는 12살 소녀 말리아다. 그녀는 마을이 모슬렘 정부의 민병대에 습격을 받는 와중에 프로레슬러인 아버지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팔린다. 말리아는 자신을 구매한 사람들을 위해 6년간 노예로 살아가다가 18살이 되던 해 영국 런던으로 팔려간다. 런던에서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동포라는 인간들의 비인간적 대우와 폭력은 여전하다. 여권을 박탈당한 말리아는 수단의 시골에서 위험에 처해 있는 가족을 구해달라 호소해보지만 냉혹하고 낯선 영국에서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던 말리아는 그래도 희망과 삶을 포기하지 않다가 극적으로 도망을 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계속되는 음지의 노예제도를 폭로하기 위해 만들어진 <나는 노예다>는 한 여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절망으로부터 희망과 인간애를 찾아내려는 영화다. 올해 MIBFF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몬트리올 시민들의 많은 기대와 주목을 이끌어낸 이 영화는 10월2일 몬트리올의 클렘페리아 시네마에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탈진 상태였지

<나는 노예다>에서 말리아를 연기한 원미 모사쿠

-이 역할이 당신 삶에 영향을 주었나. =그렇다. 구타당하는 촬영을 한 다음날까지도 긴장을 풀고 쉴 수가 없었다. 촬영하는 시간이 길기에 외롭고 힘들기도 했다.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서 쉬려고 해도 역할에 대한 여운 때문인지 푹 쉴 수가 없었다.

-그럼 영화가 끝날 쯤에는 탈진할 정도로 힘들었겠다. =당연히. 런던에서 촬영할 당시에는 3개 시퀀스 빼고는 모두 내 역할분이 있었다. 나중에는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너무 지친 상태였다.

-가장 촬영하기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당신이 아버지에게 달려가려다가 남자 3명과 몸싸움을 할 때의 장면이 촬영하기 힘들었을 것 같더라. =맞다. 최고로 힘든 주였다. 세트장에서 사고를 당해 수술 받으러 병원에 가야 했고, 이틀 뒤 퇴원해서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가 촬영한 것이 그 장면이다.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촬영했다. 촬영 자체는 힘들지 않았다. 그저 몸싸움만 하면 되니까 아무 생각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엔 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들었다. 왜 연기를 하게 된 건가. =나 자신을 나보다 엄마가 더 잘 알 때가 있다. 엄마가 어느 날 “오디션 볼 생각 없니?”라고 물으신 뒤 불면증이 올 정도로 많이 고민을 했다. 엄마는 계속 시도라도 해보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말씀하시기를 “만약 네가 잘하면 붙겠지만 만약 붙지 않는다면 넌 그냥 수학을 잘하는 거겠지”라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