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가 끝난 뒤 강일연은 기자가 건네준 <씨네21> 822호의 표지 모델을 한참 들여다봤다. “전도연이라는 배우”라고 말해줬더니 강일연은 “안다”고 했다. 그는 “<밀양>의 전도연을 보고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강일연이 누구냐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 한국 영화팬들에게 배우 강일연은 계륜미, 고원원, 공리, 리빙빙, 서기, 서정뢰, 장쯔이, 판빙빙 등 2011 중국영화제에서 소개하는 다른 여배우에 비해 확실히 이름값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 말은 달리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보여줄 건 무궁무진하다고 말이다. 강일연은 영화 데뷔작 <쌍식지>(2008)에서 오진우를 유혹하는 정부 역할을 연기한 뒤 <난징! 난징!>(2009), <검우강호>(2010) 등에서 조연을 맡아 연기 영역을 넓혀갔다. 2011 중국영화제 개막작인 장지량 감독의 <어깨 위의 나비>는 그의 첫 영화 주연작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의문의 꽃 때문에 의식을 잃은 남자친구를 살리기 위해 숲의 정령에게 영혼을 바치는 지고지순한 여성을 연기한다. 2011 중국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9월28일 오전, 홍보대사로 내한한 강일연을 만났다.
-한국은 처음인가. 어떤가. =지난해 <검우강호>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다. 서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익히 봐와서 서울이 그리 낯설지 않다.
-블로그(blog.sina.com.cn/jiangyiyan)를 보니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더라. 서울에서도 사진을 찍을 생각인가. =안 그래도 카메라를 챙겨왔는데, 일정이 바빠서 찍을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번에 사진을 찍을 만한 곳을 알아본 뒤 나중에 혼자 여행 왔을 때 사진을 찍고 싶다.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있나. =애니 레보비츠. <롤링 스톤> <베니티 페어> <보그>의 포토그래퍼였던 그가 좋다. 다큐멘터리 <애니 레보비츠: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삶>(2008)도 챙겨봤다. 배우라서 그런지 풍경보다 인물 사진에 관심이 많다. 사진을 볼 때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
-<어깨 위의 나비>에서 맡은 역할은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여자다. 당신의 영화 데뷔작인 <쌍식지>에서 오진우를 유혹하던 도발적인 모습과 거리가 있더라. =연극할 때는 못생긴 여자 역할도 많이 연기해봤다. 이번에 맡은 역할이 나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다. 사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자연과 지구를 보호하자는 작품의 메시지가 와닿았기 때문이다. 장지량 감독님 역시 내게 기교를 부리지 말고 최대한 나와 가깝게 연기하길 원하셨다. 어떤 면에서 <어깨 위의 나비>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작품이었다.
-얼마 전, 장만옥과 함께 자연보호, 불우한 이웃 돕기 등 여러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했더라. =온라인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쓴다. 10월에는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일교사를 맡을 계획이다. 소외 지역을 방문해 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음악, 낭독 등을 가르칠 것이다. 또 <어깨 위의 나비>에서 입은 의상을 내 온라인 쇼핑몰에 내놓을 거다.
-1999년 ‘뷰티풀걸스’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전환한 이유가 뭔가. =당시 가수로서 활발하게 활동한 건 아니었다. 마침 베이징전영학원에 입학했는데, 노래와 연기의 기로에서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고등학생 때 뮤지컬을 전공했고.
-어릴 때부터 연기 관련 교육을 받은 셈이다. 어떤 계기로 배우가 되고 싶었나. =내게 두편의 영화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마이클 크리스토퍼 감독의 <지아>(1998)와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이다. 안젤리나 졸리와 전도연의 연기를 보면서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중국영화제의 주제는 ‘여배우’다. 존경하는 선배 여배우는 누구인가. =장만옥. 배우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일반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만옥은 그것을 이해하는 배우이다. 그의 일상은 보통 여배우와 다르다. 끼니때가 되면 그는 직접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고 집에 돌아와서 요리를 한다. 보통의 여배우에게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상이다.
-<어깨 위의 나비>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제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홍콩 감독과 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연극 무대에도 오를 계획이다.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배우가 어떤 배우냐고? 그냥 좋은 배우 말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