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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의 시네마나우] 사랑은 사랑이다

퀴어 시네마의 새로운 지평, 테디 소리앗마자의 <사랑스런 남자>

<사랑스러운 남자>

인도네시아는 전형적인 이슬람국가는 아니지만 모슬렘 인구가 1억7천만명(전체 인구의 약 80%)으로 세계에서 모슬렘 인구수가 가장 많은 국가이다.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이슬람문화가 보편적이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에는 퀴어문화가 존재하고, 퀴어 시네마 또한 제작되고 있다. 특히 ‘와리아’, ‘반지’, ‘벤종’이라 불리는 성전환자 혹은 여장남자들은 인도네시아 고유의 퀴어문화 현상으로까지 대접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퀴어문화 혹은 퀴어 시네마가 때로 모슬렘으로부터 배척을 받거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3년에 출범한 퀴어영화제인 ‘큐! 영화제’는 10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환경 아래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격한 이슬람근본주의 단체가 ‘큐! 영화제’를 공격하여 일부 행사가 차질을 빚기도 하였다. 영화제 행사장인 프랑스문화원과 일본문화원에서는 상영이 취소되었고, 독일문화원에서만 상영이 진행되었다. 2009년에는 정부에서 반포르노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법이 결과적으로 지역의 풍습과 문화, 퀴어문화를 탄압하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장편극영화에서 게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감독은 여성감독 니아 디나타이다. 그녀는 2003년작 <아리산>에서 인도네시아영화에서는 처음으로 게이 키스신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드랙퀸 슈퍼히어로영화 <마담 엑스>(러키 쿠스완디)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작품이 극장에서 공개되기는 하지만 TV에서는 방영이 불가능하다. TV에서도 트랜스젠더가 소개되기는 하지만 주로 코믹한 역할로만 등장하며 트랜스젠더의 진정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인도네시아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퀴어 시네마가 나왔다. 테디 소리앗마쟈의 <사랑스러운 남자>다. 전형적인 모슬렘인 19살 소녀 카하야는 15년간 아빠 이푸이와 떨어져 살았다. 엄마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그녀는 아빠를 찾아 자카르타로 온다. 그녀는 수소문 끝에 타만 라왕(이곳은 실제로 와리아들이 몰려 살고 있는 곳이다)의 거리에서 매춘을 하는 ‘와리아’로 살아가는 아빠와 조우한다. 그녀에게 대도시 자카르타와 아빠의 성적 정체성은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하야는 떨어져 살고는 있지만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려는 아빠의 진정성을 이해하게 된다. 그들은 대화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 추억을 떠올리고, 이푸이는 카하야가 자신을 찾아온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사랑스러운 남자>가 특별한 이유는 ‘와리아’인 아빠와 모슬렘 딸 사이의 짧은 만남을 통해 ‘와리아’가 성 정체성의 차이 외에 일반적인 이성애자와 전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종교적 관점도 포함되어 있다. 카하야가 겪는 난관은 10대들이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일탈이지만 문제는 그녀가 독실한 모슬렘이라는 점이다. 이푸이와 카하야가 처한 상황은 이슬람의 교리에 어긋나지만 둘은 일반적인 부녀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둘의 혈연관계는 성 정체성, 종교적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일반적으로 퀴어 시네마가 도전적이고 반항적인 경향이 강하다면 이 작품은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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