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유튜브 시대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촬영할 수 있게 됐고, 촬영한 것을 손쉽게 유튜브에 올림으로써 전세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발달된 인터넷 환경을 활용한 1인 제작과 배급이 가능해진 셈이다.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유튜브가 없었다면 출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0년 7월6일. 제작진은 전세계 네티즌에게 그들의 삶을 담은 영상을 찍어 유튜브 사이트에 올릴 것을 요청했다. 조건은 하나다. 2010년 7월24일에 촬영된 영상이어야 한다는 것. 이 작품이 진정한 세계적인 프로젝트가 되길 원했던 제작진은 카메라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400여명의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보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197개국에서 4500시간에 달하는 영상클립 8만여개가 유튜브에 올라왔고, 제작진은 이중 331명의 참가자가 제출한 1125편의 영상을 재편집해 한편의 장편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어떤 의미에서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전세계의 ‘2010년 7월24일’을 담은 타임캡슐이라고나 할까.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문화권에서 벌어지는 일상인 만큼 이것을 한데 묶는 편집이 관건이었을 것 같다. 편집 기준은 간단하다. 동트기 전부터 사람들이 잠들 때까지의 일상이 시간순으로 재배열됐다. 우리는 어둠 속의 고요한 북극의 오로라, 동남아시아의 어딘가로 보이는 새벽시장의 활기찬 풍경, 침대에서 힘들게 일어나 아침식사를 하기까지의 모습 등 전세계인의 다양한 하루 일과를 볼 수 있다. 이중 9년 동안 190여개 국가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한국인 윤옥환씨의 사연이나 15살 소년의 면도 도전기나 사랑하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하는 손자의 사연, 매일 아침 죽은 엄마의 영정에 향을 피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본의 어느 꼬마 등 누구에게는 아주 특별한 사연도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2010년 7월24일이라는 날짜는 누구에게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또 누구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단 하루뿐인 날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일반 극영화처럼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나 주요 사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연속되지 않는 일상을 통해 나름의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 중간마다 ‘지금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물건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등 세 가지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던짐으로써 관객은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실감하게 한다. 또 각기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일상과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삶의 희로애락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라이프 인 어 데이>는 2011년 선댄스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