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사람들은 3을 완전한 수로 생각했다. 하지만 연애의 영역에서 3은 종종 불행의 근원이다. 고대 신화에서는 물론이고, 현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삼각관계나 스리섬이 뒤탈없이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쓰리>는 다르다. <쓰리>는 삼각관계를 향해 과감하게 몸을 날린다. 심각한 주제의식에 빠질 법한 소재는 농담에 희석된다. 권태의 풍경이 쾌락의 몸짓으로 변해가는 과정도 태연하게 전개된다.
한나(소피 로이스)와 시몬(세바스티안 시퍼)은 만난 지 20년 된 중년 커플이다. 결혼은 하지 않은 채 동거 중인 이들에게 섹스의 즐거움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 날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한나는 아담이란 남자의 발표를 들으며 음탕한 성적 환상을 품게 된다. 이후 한나가 아담과의 외도를 즐기는 사이 시몬은 외로이 고환암 제거수술을 받는다. 섣불리 시몬을 동정할 것까진 없다. 그에게도 아담의 유혹이 선사된다. 시몬은 심지어 아담의 손길 한번에 자신이 게이가 아닐까 하고 고민한다. 그런 시몬을 아담은 경계 없는 성역(性域)으로 이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은밀한 삼각관계에 빠져든다.
오프닝 숏은 삼각관계라는 단어의 기하학적 뉘앙스를 재치있게 표현한다.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평행을 유지하는 두 줄의 전선은 두 연인의 삶에 비유된다. 그 트래킹 숏과 내레이션의 민첩한 조우가 멜로드라마틱한 운율을 빚어낸다. 거기에 블랙코미디의 비트가 얹힌다. 영화는 중년의 위기에 무자비한 웃음을 날린다. 세 사람처럼 폐경기나 한쪽만 남은 고환에 주눅 들지 않을 정도로 대범하진 못해도 같이 웃을 수는 있겠다. ‘쿨’한 삼각관계에서 ‘핫’한 스리섬까지 긍정의 힘으로 달리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