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동원 감독님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 입장에서, 고인의 추모기사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두 영웅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쓸 때보다 몇배는 더 먹먹합니다. 며칠을 고민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제가 고인을 우연히 뵙게 되고, 그 기억을 간직하고 산 지 올해로 30년째입니다. 어쩌면 그 30년 전의 기억이 시나리오를 쓰게 만들고, 영화를 만들게 한 동기이고 원동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13살에 만나 43살이 된 제가 고인의 이야기를 지금 영화로 만들고 있지만 안타깝게 보여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트북 앞에서 계속 멍한 채로 앉아 있는데, 문득 시나리오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시나리오에 경남고교 시절 스승과 고 최동원 감독님의 대화장면이 있는데… 어쩌면 이 내용이 고 최동원 감독님의 생전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하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이 글로 추모기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니, 내가 이렇게 힘들게 가르치서 밉제?” “아입니더. 괜찮십니더.” “니, 다이아몬드라고 들어봤제?” “….” “그기 말이다. 수만년에 걸쳐서 엄청난 열을 받으면서 만들어지는 기라 카데. 그렇게 귀한 건데도 처음 땅에서 캘 때는 고마 형편없는 돌댕인 기라. 그걸 닦고 다듬고 빛을 내야 우리가 보는 번쩍번쩍한 보석이 되는 기라.” “….” “마운드에 서몬 뒤에는 투수 등만 바라보는 선수들이 있다. 같은 팀인데도 잘 던지몬 질투하고, 또 못 던지몬 불쌍하다면서도 욕을 한다. 그걸 이겨내는 방법은 딱 한가지인 기라. 어깨가 빠지는 한이 있어도, 마운드에서 죽도록 던지는 거를 보여주는 기다. 남들보다 100배, 1000배 더 뛰고, 더 던지는 수밖에 없는 기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기 같은 팀 선수들을 위하는 길이다. 에이스는 그런 기다. 어쩔 수 없다. 에이스는 외로운 기다.” “….” “일구일생, 일구일사.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 그런 마음으로 던지몬 빛이 나는 진짜 다이아몬드가 되는 기라.”
고인을 추모하는, 고인에게 어울릴 만한 웅장한 글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지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부족한 글인 줄 알지만 감히 이 글을 고 최동원 감독님께 올리고자 합니다. 감독님, 이제 하늘에서는 부디 마음 편하게 야구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