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9시 뉴스> 민경욱 앵커가 미 대사관쪽 사람들에게 지난 대선 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취재내용을 미주알고주알 알렸다는 위키리크스 전문이 공개됐다. ‘취재·제작 중에 취득한 정보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한국방송 윤리강령을 포함해 언론인의 기본자세를 차치하고라도 심히 딱한 것은, 그의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명박은) 큰 탐닉에 빠지지 않은 사람”에 이어 “이명박은 경제적 전문성이 제한됐지만 뛰어난 결단력 덕분에 한국을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 김대중 대통령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대목에 이르면 어안이 벙벙하다. 이거, 제대로 취재한 게 맞나? 문건을 작성한 미 대사관쪽은 이렇게 정리해준다. “민경욱은 (이명박) 다큐에 대해 조사를 하는 한달 동안 이명박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완전히 설득당했다.” 에구. 민앵커는 “작성자가 자신이 아는 부분을 저의 이야기와 얼기설기 엮은 것 같다”고 해명했는데, 취재원에게 완전히 설득당한 기자라니 심각한 명예훼손 아닐까. 왜… 가만 계시지?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전직 외교장관 등이 미국 쪽에 정보보고를 한 내용과 과정이 공개됐을 때에도 이렇게까지 당황스럽진 않았다(나 지금 요즘 대세인 ‘왕처럼 화내라’ 하고 있는 거 맞지? ‘왕실 친위대 편: 경계선을 지켜야 존중을 얻는다’잖아.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도 이 전략으로 아내이자 여왕인 기네스 팰트로에게 사랑받는다는데…).
주한 미 대사관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주일 한국 대사관은 왜 이리 무성의할까.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꽃할머니>의 일본 발간이 주일 대사관의 관련자 ‘입국불허’로 순탄치가 않다. 회의를 하러 오는 번역자가 ‘조선적’이라는 게 이유인 모양인데, 칠순의 동화작가인 그에 대해 한국의 출판사가 신원을 보장하고 이 작업의 취지를 설명하는 각종 자료도 제출했으나 접수조차 받지 않았다고 한다. 얘기도 들어보지 않고 ‘불가’ 딱지를 붙인 것이다. 누구네 대사관은 온갖 사람 만나 온갖 정보 캐내는데 누구는 하겠다는 말도 듣지 않다니, 이거야말로 국격 차이인 거니? 이러면서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조선적’ 재일동포 역시 일본 식민지배의 피해자들이다) 양자 협의를 ‘정부 차원에서’ 백날 제안한들 내가 일본 정부라도 눈도 깜짝 안 하겠다. 민감하게, 행동으로, 한결같이. 육아서 첫장 첫줄에만 필요한 구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