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엘리트>의 주인공 대니(제이슨 스타뎀)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킬러였는데 은퇴했다. 한 아이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죽인 죄책감이 계기가 되어 그 일을 그만두었고 호주의 초원에 새 터전을 잡은 뒤 이제는 아름다운 연인과 새 인생을 열어가려던 찰나다. 그때 소식이 날아든다. 아버지처럼 혹은 스승처럼 여기던 옛 동료 헌터(로버트 드 니로)가 납치됐다. 아프리카 오만의 한 족장이 헌터를 감금해놓고, 헌터가 했어야 할 일을 대니가 대신 하지 못하면 헌터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과거 전쟁 중에 자신의 자식들을 죽인 영국의 전직 SAS 요원들을 죽이고 그 증거물을 녹화해오되, 사고사로 위장하라는 살인청부다. 대니는 헌터를 살리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족장의 사주에 응하지만 스파이크(클라이브 오언)라는 뜻밖의 강력한 적수를 만나 고전한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점은 화려한 출연진에 관한 것이다. “제이슨 스타뎀, 로버트 드 니로, 클라이브 오언과 같이 대작을 만들었다며? 기분이 어땠어?” 신인감독 개리 메켄드리가 많이 받은 질문이라고 한다.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킬러 엘리트>의 가치는 높아지는 것이겠지만 구체적인 역할 면에서 본다면 클라이브 오언이 좀더 주목할 만하다. 그는 조직 논리에 미쳐 있는 전직 SAS 특수요원의 광기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거친 면모들까지 잘 드러내고 있다. 클라이브 오언이 맡은 스파이크는 대니의 거울상으로, 영화의 각을 세워주고 있다.
두 배우가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고 날면서 서로를 쫓고, 근접거리에서 엉겨 붙어 서로의 관절을 꺾고, 한쪽이 어딘가에 묶여 있는데도 기이한 기술로 대등한 싸움을 이끌어내곤 할 때, 그러니까 제이슨 스타뎀 영화의 예의 그 필살기인 스턴트 액션 혹은 애크러배틱 액션장면들이 대니와 스파이크의 격렬한 격투장면으로 보여질 때 영화도 정점에 이른다. <킬러 엘리트>는 철저하게 ‘남성 격투물’이다. 이 영화가 호소하는 매력은 간단하다. 죽도록 싸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 관한 호불호도 명료하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기존 제이슨 스타뎀의 격투물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그 반대라면 여전히 관심 밖일 것이다. 육중하고 거친 킬러들이 대립하여 치고받는 장면들 속에서 관객은 뇌를 움직일 틈이 거의 없다. 주인공은 긴박한 사건 속에서 냉혹하고 격렬하게 싸우고 해결하고 돌진한다. 그렇게 하여 최종의 상대까지 무릎 꿇게 한다면 마침내 이 격렬한 게임도 마지막에 다다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