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남원에 살고 있는 소년 은철(박지빈)과 그의 여동생 은하(이슬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고아 신세가 된다. 좋은 이웃의 도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매는 둘이서 서로 의지하고 돌보며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시련은 아직 남아 있다. 은하는 시력을 잃어가는 병을 앓고 있다. 그런 은하가 어느 날인가부터 은철에게 고래를 보러 가자며 조르기 시작한다. 고민하던 은철은 결국 동생이 시력을 잃기 전에 고래를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은하를 자전거에 태워 고래를 찾아 먼 길을 나선다. 여기에 길동무가 한명 더 생긴다. 고래잡이였으나 지금은 살인 용의자로 쫓겨다니는 덕수(이문식)가 우연히 이들 남매와 동행하게 되고 세 사람의 우여곡절 여행기가 이어진다. 그들의 목적지는 울산에 있는 장생포다.
불행 앞에 선 아이들과 사연 많은 어른이 희망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함께 여행하는 이 영화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세상에 홀로 남은 남매를 주인공으로 한 슬픈 동화, 그러나 아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상호 의존의 치유기이기도 하다. 어느 쪽으로 보아도 이 중심에는 ‘고래’가 있다. 아이들의 희망은 고래를 보는 것이고 어른의 사연은 고래 때문에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은 새로운 국면 내지는 동력이 필요할 때마다 고래를 언급하며 스스로의 여행을 독려한다. 다만, 영화가 고래라는 희망의 상징물을 넘어 특정 지역(장생포)을 지나치게 자주 혹은 직접적으로 거론한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런 점은 조심했어야 했다. 영화 제작을 가능케 한 물적 지원의 토대가 특정 지역의 지원이었다 해도, 좋은 동화가 되기 위해서는 그랬어야 했다. 결과적으로는 평범하거나 그보다 조금 못한 동화 한편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