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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의 가상인터뷰] 미인만 보면 술이 확 땡겨~
주성철 2011-09-21

<북촌방향> 성준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자하고만 인터뷰하는 것으로 유명하셔서 특별히 예쁜 제가 나왔습니다. =잠깐만요, 혹시 저 예전에 본 적 없으세요? 분명히 전에 인터뷰했던 것 같은데 신사동 가로수길 어디 카페였더라? 암튼 지금껏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느낌이 괜찮은 분은 처음이네요.

-죄송하지만 저는 오늘 처음 뵙습니다. =아닌데… 분명히 봤는데, 그때 왜 저한테 에쿠니 가오리 좋아하느냐고 물었던 기자분 아니세요? 그래서 저한테 다음에 만나면 <냉정과 열정 사이> 빌려준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에쿠니 가오리가 가오리찜 드시는 소리 그만하시고 인터뷰에 집중하시죠. =이상하네요, 그냥 닮은 분인가? 그때 분명히 파란색 원피스 입었었는데… 아, 아니에요 됐어요. 착각했나봐요. 제가 아름다운 분들만 보면 기억들이 다 뒤엉켜서 하하. 초면이면 이제부터 조금씩 알아가면 되죠 뭐.

-암튼 한동안 작품 활동이 뜸하셨는데 지금 준비하는 작품이라도 있으신지요? =저는 재충전을 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지금이 가장 좋아요. 틈만 나면 북촌을 거닐며 젊은 친구들의 표정을 보죠. 거기에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솔직한 희로애락의 모습이 있어요. 저는 지금 기자님의 얼굴에서도 내면의 슬픔을 읽을 수 있어요.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속에는 끝없이 침잠하기만 하는 슬픈 아이가 있죠. 예쁜 사람들일수록 그런 걸 잘 드러내지 않거든요.

-어머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정말 그래요. 그거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지금 여기 소름 돋는 거 보여요? 어떡하지 정말, 너무 놀랐어요, 라고 그럴 줄 알았죠?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시고, 그래서 어떤 내용의 작품을 하시겠다는 건지. =허허, 작품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전 이런 걸 물어보는 기자분들이 제일 답답해요. 지금 제 기분은요, 알랭 드 보통한테 “맵게 해드릴까요, 싱겁게 해드릴까요?” 하고 물어봤더니 “보통으로 해주세요”라는 대답을 들은 그런 기분이에요. 혹시 A4지 있으세요? 지금 제 기분이 미학적으로나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도표로 그려드리려고요. 앞으로는 인터뷰할 때 절대 그러지 마세요.

-아니, 이게 무슨 이태원 경리단 찾아가서 무턱대고 “경리 나와!”라고 떼쓰는 소리세요. 제가 지금 난데없이 A4지가 어딨어요. =아, 정말 갑자기 현기증이 와서 술이 확 땡기네요. 우리 어디 자리 옮겨서 동동주라도 한잔하면서 얘기를 나누면 어떨까요? 아직 만들지도 않은 제 영화가 이렇게 세상 빛을 보기도 전에 매도당하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네요. 저 오늘 과음해야겠으니 각오하세요. 법인카드는 가지고 나오셨죠? 아, 어지러워. 잠깐 이렇게 기대고 있어도 될까요?

-(가발을 벗으며)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셨군요. 당신한테 술값 뜯긴 동료 여기자를 대신해 나온 저는 남자랍니다. 정말 누구 술이 더 센지 끝까지 한번 가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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