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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④
강병진 2011-09-15

영화인 25명 '이 영화 보며 잠들고 싶다'

◆ 영화감독 봉준호

<에드우드>(1994)

먼저 잉마르 베리만의 <화니와 알렉산더>(1982)를 보겠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인생과 영화를 이토록 아름답게 정리한 건 정말 희귀한 경우일 거다. 또 한편을 본다면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1997). 어떤 감독이 됐건 자신의 영화인생에서 후기에만 만들 수 있는 영화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른 뒤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로 가는 도입부에 압도됐었는데, 신기하게도 끝에 가니까 그런 감정이 잊혀지고 위로를 받게 됐다. 마지막으로 팀 버튼의 <에드 우드>(1994)를 선택하겠다. 영화를 잘 찍건 못 찍건 간에 어쨌든 영화감독은 영화를 꾸역꾸역 만들어야 한다는 느낌을 보여주는 영화니까. 이왕이면 누군가 내 관에도 DVD 박스 세트 몇 개를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내 소장품 중 <화니와 알렉산더>의 스웨덴 TV방영 버전 세트가 있으니, 그걸 꼭 넣어주시라. 김기영 감독 박스 세트도 잊지 말아달라. <충녀>와 <이어도> <고려장> <육체의 약속>이 함께 있는데, 이 4편의 영화만 돌려보면 3, 4년은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영화평론가 허문영

<스팀보트 빌 주니어>(1928)

<스팀보트 빌 주니어>(1928) 버스터 키튼의 무표정을 보고 싶을 것 같다. <프렌치 캉캉>(1954) 장 가뱅의 주름진 얼굴, 무희들의 관능과 생기도 보고싶다. <하하하>(2009) 그리고 다시 오지 않을 우리의 한 시절.

◆ 영화배우 박중훈

<스카페이스>(1983)

<스카페이스>(1983) 내가 좋아했던 배우들의 명연기를 다시 보고 싶을 것 같다. 1명을 꼽는다면 알 파치노고, 그의 영화 중에서는 물론 <스카페이스>다. 죽기 전에 그의 매력을 다시 한번 음미하기에 걸맞은 작품이니까. <행오버>(2009) 죽기 전에 편안히 웃고 싶은 마음도 있을텐데, 코미디영화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행오버>를 보고 싶다. 이만큼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주는 영화가 또 있을까? <새벽의 7인>(1975)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위로 받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 나치 점령 시대에 7명의 레지스탕스들이 벌이는 처절한 활약을 그린 영화인데, 그들의 마지막 죽음이 너무도 강렬했다. 장렬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위안을 느낄 것 같다.

◆ 영화감독 장훈

<엘비라 마디간>(1967)

사람들은 내가 남자영화만 좋아하는 줄 알지만 사실 멜로영화도 좋아한다. 서커스에서 줄타는 소녀와 탈영 장교의 슬픈 사랑 이야기인 <엘비라 마디간>(1967)은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영화다.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같다. 특히 마지막 장면, 햇살이 부서지는 숲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정말 죽기 전에 다시 꺼내보고 싶을 거 같다. 그리고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영화지만 <E.T.>(1982)도 다시 보고 싶을 거다. 일단 죽음을 앞두고 내 어린 시절을 다시 돌이켜보게 될 테니까. <블레이드 러너>(1982)도 보게 될 것 같다. <E.T.>와 비슷한 시기에 본 작품인데, <E.T.>와 달리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영화였고, 아마도 그 충격은 죽을 때까지 각인돼 있을 것이다.

◆ 영화배우 장혁

<여인의 향기>(1993)

<여인의 향기>(1993) 이 영화의 주인공, 뭔가 틀에 박혀서 살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자기의 틀을 벗어나고 싶어 하고 또 그렇게 된다. 그게 인상 깊다. <대부2>(1974) 아버지와 아들의 장면이 서로 대조적으로 교차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남자로서의 의무감이든 책임감이든 그런 것들의 무게가 가슴에 깊이 와닿는다. <비포 선라이즈>(1996) 한마디로 자유스러운 느낌! 미국에서 온 남자와 유럽에 사는 여자가 서로의 문화를 넘어서 하루 만에 마음을 터놓고 서로의 틀을 깨고 뭔가 공유한다는 자유의 느낌!

◆ 영화배우 신세경

<타락천사>(1995)

<베티 블루 37.2>(1986) 남녀간의 사랑은 이기적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 생각에 충격을 준 영화다. 나에게는 환상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타락천사>(1995) 갓 스무살일 때, 감정적으로 큰 슬럼프를 겪었다. 너무 절망적이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을 정도였다. 그때 <타락천사>에서 여주인공이 여명의 침대에서 오열하는 장면을 봤다. 내가 저 여자보다는 낫구나 싶더라. 못된 마음인데, 정말 말도 안되게 위로가 됐고 슬럼프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인생의 은인과도 같은 영화다. <복수는 나의 것>(2002) <푸른 소금>을 끝낸 뒤, 송강호 선배님이 보고 싶어서 봤던 영화다. 촬영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그런지, 이상하게 큰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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