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애니메이션 장르의 무한보고다.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보여준 바닷속 세부묘사에 이어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에서 바다가 제공해준 무궁무진한 흥미로움까지. 애니메이션은 바다의 내면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틀이기도 하다. <쥴리의 육지 대모험> 역시 출발은 바다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캐릭터들은 바다 대신 육지를 주 무대로 설정한다. 주요 캐릭터는 상어 ‘쥴리’(이영아)다. 둘도 없는 친구인 먹보상어 ‘빅’(김병만)과 함께 바닷속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쥴리. 어느 날 인간들이 침입해 아직 부화하지 않은 동생들을 데리고 가면서 시련은 시작된다. 자신이 육지에서도 숨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쥴리는 동생들을 구하러 육지로 간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빅은 문어 ‘옥토’(류담)가 발명한 로봇을 타고 고등어 삼총사와 함께 쥴리를 도우러 나선다.
이들의 모험에 날개를 달아준 건 육지로 이동 가능한 로봇의 등장이다. 로봇 몸체 안에 바닷물을 담아 물고기들이 그 속에서 숨쉴 수 있게 개발된 이 로봇은 잠수함의 육지 버전이라고 불릴 만한 기계다. 바다의 생명체들이 육지로 나오는 역발상적인 시도는 이렇게 과학적인 상상력을 더함으로써 해결된다. 소소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주는 재미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쥴리와 친구들이 모험을 하는 과정에서 설정된 적은 바로 인간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친구를 도우기 위해 나서는 바닷속 생명체들과 달리 인간들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탐욕에 겨워 상어 포획을 하려는 고약한 악당으로 묘사된다. 국내에서는 더빙 버전으로만 개봉한다. 쥴리로 분한 이영아의 깜찍한 목소리 연기와 달인 김병만과 류담 콤비의 지원사격이 경쾌함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