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데이비드 모로)에겐 5살 위의 누나가 있었다. <나넬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재능에 가려져 빛을 받지 못했던 여성 ‘나넬’(마리 페레)의 삶에 착안한 영화다. 영화는 모차르트 가족이 3년간 유럽 순회공연을 하는 과정에 동참한다. 나넬은 창작자가 아닌 단순히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연주를 빛나게 해줄 피아니스트로 살아갈 뿐 조명은 오로지 아들 모차르트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생리가 시작되고 자의식이 발현되는 나이가 될 즈음, 나넬에게 새로운 전환이 찾아온다. 마차 사고로 수도원에서 묵게 되고 그곳에서 바깥생활과 격리된 채 생활하는 루이 15세의 딸을 만나 또래의 생각을 듣게 된다. 이후 베르사유 궁전에서 왕자를 만나게 되고 작곡가로서 자신의 욕망에 눈을 뜬다.
<나넬 모차르트>는 성과 계급, 시대라는 모든 제약에 대한 반기와 같은 영화다. 나넬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뛰어난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여성이라는 한계는 계급은 다르지만 수도원에서 지내다 결국 수녀가 되는 왕의 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족쇄다. 계급 역시 그녀의 삶에 제약을 준다. 왕자와의 관계가 발전하지 못하는 데는 계급적 차이에서 오는 무력감이 뒷받침된다. 그러나 나넬을 마치 로댕에게 재능을 뺏긴 채 미쳐가는 카미유 클로델에 비교해서는 안된다. 18세기의 억압된 분위기에서, 나넬은 고갈되고 소모되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것조차도 일종의 영역 밖의 일임을 알고 순응한다. 영화의 태도 역시 나넬을 종용하는 대신, 그런 나넬의 좌절된 꿈을 조용히 따라가는 데 주력한다. 혁명이 발발하기 직전의 정체된 분위기, 영화는 이 차분한 억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촬영은 실제 베르사유 궁에서 허가를 받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