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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별이 지다

발리우드 1세대 영화인, 샤미 카푸르 추모 물결

인도 독립기념일 하루 전인 8월14일 새벽 발리우드의 큰 별 하나가 졌다. 이튿날, 인도의 연중 2대 국가행사로 다양한 볼거리를 TV로 생중계하는 독립기념일 특별기획 방송은 그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급하게 편성했고, 만모한 싱 인도 총리도 언론을 통해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독립 인도의 1세대 영화인이었던 향년 79살의 샤미 카푸르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그의 삶만큼이나 극적이었다. 영화감독 라훌 돌라키아는 자신의 SNS를 통해 “화장터로 그의 시신이 옮겨지는 동안 지역 주민들은 주변 건물 옥상에 올라가 마치 큐사인을 받은 엑스트라들처럼 꽃을 뿌렸고, 샤미가 불러 히트시킨 <야후>(Yaahoo)를 함께 불렀다. 그것은 초현실적인 장면이었다. 아마도 샤미 카푸르 스스로가 건 마법의 주문이 아닌가 싶었다. 슬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엔터테인먼트”라고 장례식 날 아침을 묘사했다.

식민지 시절부터 명성을 날린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였던 프리트비라즈 카푸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샤미 카푸르는 1953년 <지반 지요띠>로 데뷔한 초창기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1957년 나시르 후세인 감독의 <뚬싸 네히 데카>로 비로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고, 1961년 <정글리>로 50~60년대 인도 영화계를 지배하고 있던 ‘딜립 쿠마르-아난드 데브-(샤미 카푸르의 친형이기도 한) 라즈 카푸르’ 트로이카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기에 이른다. 세 배우가 각각 비극, 로맨스, 연민의 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당대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을 때 샤미 카푸르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시키는 복장과 격정적인 춤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점잖음으로 일관하는 세 배우와 달리 허풍과 까불거림으로 여배우를 상대하며 식민지 기억에 주눅들어 있던 당시 인도인들에게 오락영화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비록 오락영화의 대명사가 되면서 영화가 히트하면 할수록 비평가들의 불편한 심기는 더욱 커져갔지만 오늘날까지도 그가 발리우드영화에서 춤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을 확고히 했고, 샤룩 칸이나 아미르 칸처럼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진지함을 지닌 동시대 배우들의 전형이 됐다는 데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1965년 아내의 사망 이후 과도한 음주와 폭식으로 불어난 체중은 로맨틱코미디영화의 주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장애물이 됐다. 하지만 그는 TV시리즈와 영화의 조연으로 활동영역을 옮겨 춤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고 캐릭터 연기로도 인정받았다. 실제 그에게 생애 첫 인도 필름페어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은 1968년작 <브라흐마짜리>다. 이 영화에서 그는 버려진 고아들을 돌보는 고아원장으로 나왔다. 게다가 샤미 카푸르는 90년대 들어 발리우드 힌디영화가 아닌 타밀어, 벵골어로 만들어진 지역영화에도 출연하며 색다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반세기도 이전에 데뷔한 한 영화배우의 사망 소식이 90년대 이후 태어난 인도 젊은 세대들에까지 애도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데는 그의 인터넷에 대한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환갑을 훌쩍 넘긴 1995년에 인도 인터넷 사용자 클럽을 만들었고, 최근까지도 자신의 팬클럽 사이트를 직접 디자인하는 한편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왔다. 인터넷과 관련된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몇년 전 인터넷 포털 ‘야후’의 뭄바이 지사 개소식에 초대받은 샤미 카푸르에게 야후 공동설립자인 제리 양이 <정글리>에서 샤미 카푸르가 <야후>를 열창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다고 말한 일화가 기사화되어 화제를 일으킨 적도 있다.

비록 샤미 카푸르가 현실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한동안은 스크린에서 자주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개봉예정인 임티하즈 알리 감독의 신작 <록스타>에서 인도의 전통 악기 샤흐나이를 연주하는 그가 잠깐이나마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9월15~18일 인도 서부의 고아에서 개최 예정인 남아시아영화제는 특별회고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샤미 카푸르가 어떤 배우였는지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야후> 동영상을 찾아보길 권한다. 인도의 엘비스 프레슬리는 언제라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