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집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나온 사실은 곽 교육감 스스로 인정한 “2억원을 줬다”는 것뿐이다. 검찰은 이 돈을 후보 단일화의 ‘대가’로 보고 있고 곽 교육감은 ‘선의’였다고 주장한다. 막중한 자리에 있는 공인이, 그것도 이 정권에서 항상적인 감시를 받는 사람이, 아무리 상대의 사정이 딱하다 해도 선거 때 경쟁관계에 있던 사람에게, 비록 사후에라도, 이렇게 ‘나이브한 증여’를 할 수 있을까.
공적기관의 장을 했던 한 인사에게 그럴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의 답변은 1. 나는 그럴 만한 돈이 없다(음. 우문현답). 2. 상대가 죽겠다고 하면 어찌 모른 척하겠느냐. 본인 주장대로 인정에 따랐다 해도 곽 교육감이 현명하지 않게 대처했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즉각 사퇴해야 할 정도의 일인지는 모르겠다. 앞서 이 인사는 “누구에게나 ‘블라인드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인간이 무오류일 수는 없잖아. 정치공학적으로 기민한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안 걸렸겠지.
오히려 주목할 점은, 검찰이 너무도 뻔하고 치사한 방식으로 피의 사실을 흘려대고 있다는 것이다.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단적으로 곽 교육감의 친구이자 돈을 대신 이체해 준 강아무개 교수를 ‘체포’했다고 하는데, 강 교수는 자진 출두했다. 제 발로 가서 조사받은 사람을 마치 죄인인 양 붙잡은 것처럼 말하고 언론은 이를 받아썼다. 이른바 ‘상식적인 신문들’조차 질질 끌려간다. <한겨레>는 기사마다 ‘곽 교육감 후보 매수 의혹 사건’이라고 표현한다. 지금 다투는 것은 사후에라도 대가성이냐 아니냐이다. 매수라는 표현을 쓸 만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 참에, 혹은 제 풀에,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곽 교육감의 자진사퇴를 주장하지만, 뭘 위한 사퇴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줄줄이 있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진영의 논리를 위해 이렇게 개인의 논리를 무시해도 되는가. 자꾸 그러면 ‘너나 해라, 그런 정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필요한 얘기는 법적 판단을 잘하되 무죄추정의 원칙을 견지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니 함부로 구속수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팎의 압박에도 버티기하는 곽 교육감을 보니, 적어도 상대와 대가를 매개로 ‘밀당’할 성격은 아닌 듯하다. 그랬다면 차용증 등 형식적인 조처라도 취했겠지. 여튼, 수구는 곪아서 망한다는데 자꾸 이러면 진보는 쫄아서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