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기타 제조회사인 콜트/콜텍사의 인천공장 근무자 56명이 집단 정리해고 됐다. 다음달인 4월에는 대전공장이 ‘무기한 휴업’이란 종이쪽지를 내 건채 폐업했다. 콜트/콜텍사는 세계 악기시장에서 1/3의 생산 점유율을 차지하는데다, 지난 10년간 연간 1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해온 회사였고, 이 회사의 사장은 한국에서 120번째 부자로 기록된 재벌이다. 하지만 한대당 300만원에서 4천만원에 이르는 기타를 만든 건 100만원이 채 안되는 월급으로 일했던 노동자들이다. 김성균 감독은 <꿈의 공장> 이전에 이미 노동자들과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콘서트’에 참여한 인디 뮤지션들의 추억과 고백을 함께 담아 <기타 이야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다. <꿈의 공장>은 그들과 함께한 두 번째 이야기다.
<꿈의 공장>은 노동자들이 기타를 만들기 전에 가졌던 꿈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군가는 수녀가, 또 누군가는 발레리나가, 또 어떤 이는 TV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그들은 일단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해고 이후, 저마다 다른 생계 수단을 찾고 있는 때에도 그들은 다시 기타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해왔던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이어 <꿈의 공장>은 독일과 미국, 일본 등의 세계 악기 박람회와 록 페스티벌을 찾아 전세계 음악가들에게 콜트/콜텍의 현실을 밝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비춘다. 자신이 품에 안은 펜더, 깁슨, 아이브네즈의 기타들이 사실은 콜트/콜텍이 OEM 방식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음악가들도 연대의 뜻을 밝힌다.
전작인 <기타 이야기>는 노동현장의 열악한 현실과 그에 따른 아픔을 “기타를 꾹꾹 누르면 눈물이 나와요. 내 눈물만 있는 게 아니라 공정마다 흘린 눈물이 있어요”라는 한 노동자의 말을 통해 드러냈다. 무대를 확장한 <꿈의 공장>은 그 만큼 더 넓은 범위의 질문을 남긴다. 당신의 기타가 저임금 노동착취로 만들어졌다면, 그래도 그 기타로 연주하겠는가? 외국의 한 기타리스트는 “그래도 그 기타를 사는 게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음악을 만드는 기타 또한 신발, 축구공, 휴대폰처럼 국제적인 노동착취와 소외를 바탕으로 제조된다는 사실, 그리고 음악가들 역시 가격 대비 성능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바로 <꿈의 공장>이 드러내는 제조와 소비의 풍경이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단지 한 기업의 문제로만, 한국의 현실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소비자들은 더 싼 것을 찾고, 그래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더 싼값에 제공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다. <꿈의 공장>이 다큐멘터리로서 갖는 힘 또한 이러한 불편한 진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