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워런 버핏 할배, 섹시하네. 자기 같은 부자들에게 더 증세해달라니. 로레알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 할매도 특별세를 내게 해달라고 주간지에 기고했다(이 할매 ‘잇’한 건 알아줘야 한다. 구순에 패션 센스만 남다른 게 아니었구나…). 모녀간 재산다툼으로 외신을 장식해온 릴리안 할매는 딸에게 뜯기느니 그 편이 낫다고 여겼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를 비롯해 16명의 프랑스 갑부들이 기고문에 이름을 실었다. 이 슈퍼부자들이 위선적이라는 비난도 있고 프랑스의 경우 사르코지의 대선 가도에 도움을 줘 결국 ‘남는 장사’라는 말도 있지만, 트렌디한 감각만큼은 인정할 일이다. 부자 증세가 대세라는 걸 발 빠르게 잡아냈으니까.
내 비록 부자 친구는 한명도 없고(어쩌면 친구들 중 내가 제일 부자일지도…. 쫌 서글프네), 부자들 속사정이라고는 드라마를 통해 짐작할 뿐이다만, 적어도 부자로 행세하려면 이 정도의 감각은 지녀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딱한 건 1. 자기 피해를 과장하고, 2. 상투적이라는 것이다. 60%에 이른 타워팰리스의 무상급식 투표율도 이 정책이 시행되면 자기(같은 부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터무니없는 생각 때문이었겠지.
현대가가 최근 5천억원 규모의 아산나눔재단 설립을 발표했으나, 사람들이 시큰둥한 이유도 부자들의 상투성 때문인지 모른다. 철저히 감세 혜택을 받으면서도 틈만 나면 추가 감세를 요구하고, 마땅히 낼 세금은 안 내면서 불, 탈법으로 부를 대물림해놓고는 기부 헌납, 자선 환원 운운하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돈 내놓을 때는 비자금 사건이 터져 법정에 섰을 때다. 그마저 기한도 없이 감감무소식이거나(2008년 추정액 1조4천억원 사회헌납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는 삼성 이건희 할배), 기한은 남았지만 집행률이 떨어진다(2006년 1조원 사회 환원 약속하고 현재까지 1500억원 기부한 현대 정몽구 할배). 이러다 장안에 화제를 몰고 온 홍 반장의 ‘사실상’ 시리즈에 편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사실상’ 돈이 없다”거나 “세금의 25.7%만 내면 ‘사실상’ 다 낸 거”라거나.
복지라는 말 한마디에 경기 일으키는 분들 많은데, 영 그 소리가 공포스러우면 복지복지복지복… 지복으로 바꿔드릴까? 언제 어디에서 태어나는지 다 지복이니까. 아니면, 요새 그분 탓에 좋은 뜻 망가진 단어를 되살리는 건 어떨까? 공생 포퓰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