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은 수개월 동안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였고, 지은이 안드레아스 빙켈만은 독일 심리 스릴러계의 신동이란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치고 나온다. 시각장애인 소녀가 그네를 타다 누군가에게 끌려간다. 10년이 지나고 또다시 시각장애인 소녀가 감쪽같이 납치된다. 납치된 소녀의 시선, 소녀를 감금하고 괴롭히는 범인의 시선, 사건을 수사하는 여형사 프란치스카의 시선, 10년 전 사라진 소녀의 오빠이자 지금은 유명한 권투선수가 된 막스의 시선이 교차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되는데, 여러 시점을 매끄럽게 교차편집하는 기술이 미드를 생각나게 한다. 또 시각장애인을 노리는 이상성욕자라니, 소재도 미드 범죄 수사물의 단골 아닌가. 그외 겁없고 야무진 여형사라든지 무작정 들이받고 보는 정의감 넘치는 권투선수 등의 캐릭터도 어느 미드에선가 본 듯한데 캐릭터가 뚜렷해서 지루하진 않다.
그렇다보니 이 소설을 읽는 경험은, 범죄 드라마를 시청하는 경험과 무척 닮았다. 범죄 드라마들 가운데 각본을 아주 정교하게 짜는 계열 말고 <CSI 마이애미> 시리즈 같은 부류다. 범인이 너무 쉽게 잡혀서 맥이 탁 풀리긴 하지만 화끈한 액션과 더불어 오스트레일리아산 깔때기그물거미 같은 듣도 보도 못한 소재가 나오니까 결말까지 계속 보게 되는 드라마. 프란치스카가 수소문 몇번하면 유력한 단서가 뿅 나오고, 범인이 희생자에게 뱀이나 독벌레를 풀어넣고 쾌감을 느끼는 이상성욕자가 된 계기도 지극히 피상적으로 그려져서 다 보고 나면 허탈할 수도 있겠다. 문득 궁금하다. 독일에서 이 책은 왜 인기가 좋았을까? 단번에 읽히는 책이긴 한데 꼭 이 책이 아니어도 베스트셀러가 될 책은 많았을 것 같다. 요즘 독일 스릴러가 자극적인 범죄 드라마풍을 선호하는 것일까, 아니면 전반적으로 드라마 시청과 독서 경험이 밀접해지고 있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초반에 막 달려나가다가 중반부부터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라 초반의 기대감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면 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