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오버> 시리즈는 R등급(부모나 성인보호자 없이 17세 이하는 관람불가) 영화로서는 역대 최고 흥행기록 영화이자, 그 스타일 면에서도 첨단을 달린다. 마약과 성기 노출에 관한 한 주드 애파토우 사단의 영화들과 계속 더 큰 교집합을 이뤄가며 당대 할리우드 성인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 이보다 더 불편할 수 없는 자극적 요소들로 넘쳐나지만 반면 ‘화장실 유머’의 팬이라면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얻게 될 것이다. 원래 <로드 트립>(2000), <올드 스쿨>(2003) 등 일종의 ‘프래터니티’(남자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한 사교클럽 정도?) 문화 코미디에 관한 한 최고의 감각을 보여준 토드 필립스에게 <행오버> 시리즈는 ‘필름 끊긴 총각파티’의 난장판이다.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덜하지만 사실 그는 할리우드에서 마이클 베이나 크리스토퍼 놀란과 맞먹는 개런티를 자랑하는 특급 감독이다.
2년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신랑 실종사건이라는 지독한 ‘행오버’를 겪었던 세 친구 필(브래들리 쿠퍼), 스튜(에드 헬름스), 앨런(잭 갈리피아나키스) 중 스튜가 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삼인방은 이제 타이라는 낯선 땅으로 떠난다. 지난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딱 한잔만 하기로 하지만 역시 필름은 끊기고 만다. 심지어 일어나보니 함께 데리고 나간 신부의 남동생인 ‘테디’가 손가락만 남기고 사라진 상태.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까지 기억을 되찾고 테디를 찾아야 하는 그들은, 막막한 방콕 시내를 돌며 단서가 될 만한 인물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은 황당하게 돌아간다. 기껏 중요한 단서를 쥔 스님을 찾았더니 하필 묵언수행 중이라 도움이 안되고, 누군가의 힌트로 만나게 된 트랜스젠더는 이미 스튜와 뜨거운 밤을 보낸 상태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며, 누군가의 스마트폰에는 화염병을 들고 경찰과 대치 중인 삼인방의 전날 밤 모습이 저장돼 있다. 술주정뱅이들과 전경들의 충돌이라 이보다 더한 ‘주사’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행오버>의 ‘민폐’ 캐릭터였던 잭 갈리피아나키스가 얌전해지고 그 강도를 살짝 컨트롤하면서 보다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전편에 비해 말랑말랑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술에 취해 손가락 하나 정도는 없어질 수 있지’ 하는 ‘초강력 쿨 시크’한 태도는 그대로다. 게다가 1편의 라스베이거스에 비해 훨씬 덥고 습한 타이의 방콕은 그들의 숙취를 더욱 가중시킨다. 그런 가운데 그들은 트랜스젠더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엉겁결에 문신을 새겼으며, 묵언수행 중인 스님의 입에다 술을 들이부었다. 기존의 성인 화장실 유머영화 중 최고 강도를 자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행오버>가 싫었던 사람은 더 꺼려할 것이고 원래 좋았던 사람들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즐길 것이다.